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최저임금 1만원’이 현실이 아닌 구호로 존재하는 세상을 더 오래 살아낼 수 있을 만큼 윤택한 삶을 살아왔을까. 지난해 OECD가 발표한 2017년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이하 BLI)’를 살펴보면 ‘그렇다’는 대답은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BLI는 OECD가 나라별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지표다. 주거, 소득, 직업,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 참여, 건강, 삶의 만족, 안전,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영역으로 이뤄졌다. 한국은 38개국 중 29위다. 폴란드·포르투갈·라트비아·칠레 등과 하위권을 다툰다.
영역별 순위를 살펴보면 한국 노동자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낮은 소득(23위)에 허덕이며 일과 삶의 균형(34위)이 무너진 삶을 산다. 건강(35위)을 챙길 시간이 없다. 삶의 만족도(30위)가 높을 리 없다. 팍팍한 삶의 고통을 나눌 공동체(38위)도 마땅히 없다.
한국은 공동체 점수에서 10점 만점에 0점을 받았다. 0점을 받은 나라는 남아공(삶의 만족도), 터키(일과 삶의 균형), 한국뿐이다. 안전 분야 꼴찌 브라질도 0.1점, 교육 분야 꼴찌 멕시코도 0.6점은 받았다. 한국 사회 네트워크에 얼마나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지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복지국가 스웨덴의 초석을 다진 알빈 한손 총리는 좋은 가정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도와준다고 말했다. 돈은 못 벌어오고 밥만 먹는다고 나이든 부모를 굶기거나, 돈을 벌기 위해 아이를 학교 대신 아동노동의 현장으로 내모는 가정은 나쁜 가정이란 뜻이다. 이 집의 규모를 확장하면 국가가 된다. 그가 말한 ‘국민의 집’이다. 그곳에는 사업가와 자본가도 살지만 노동자도 산다.
김형수 기자 hy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