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한지 만 2개월이 된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올해 첫번째 자사 노동조합 행사에 불참했다.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의 저축은행중앙회 18층에서 개최된 노동조합 정기대의원대회에 박 회장 대신 하은수 전무가 대신 참석해 인사말을 전했다.
사내 주요 행사로 여겨져 사측에서도 대표이사를 비롯해 전무, 상무급 주요 임원은 물론 인사 담당 부장 등이 참석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박 회장은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사전에 잡혀진 공식 일정이 있어 노조에 참석하지 못할 것이라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지난 1월 선거를 통해 선발돼 최근 조직개편을 하고 중앙회를 이끌어가는 단계다.
취임하자마자 회장 선거로 미뤄졌던 임금단체협약의 협상을 마무리하는 등 발빠르게 조직을 추스리는 한편,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 인하 등 스스로 약속했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채비를 하고 있는 상태다.
사정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업계에서는 수장이 사내 행사인 노조 정기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정기대회는 사내 행사"라며 "대표가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면서 이번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노사 관계가 안 좋으면 노조가 (사측을) 초청 안할 때도 있고, 사측이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설립된 30년이 된 중앙회 노조는 현재 중앙회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회장이 선출되는 과정에서도 중앙회 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부장단회의 등이 문제가 있다며 지적한 바 있다. 지부장단회의는 중앙회의 자문기구이자 서울, 부산·경남 등 지역별 저축은행 대표이사들을 대신하는 자리로, 전국 79개 회원사 중 14개사만이 이 회의에 포함된다.
또 박 회장 취임 직후 중앙회장 선거로 미뤄뒀던 임단협 협상에서 노조는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며 사측과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한편 저축은행중앙회 노조는 정기대회에서 중앙회의 지배 구조 개선 등을 논의하기 위해 사측에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정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 대신 참석한 하 전무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TF 구성은) 이 자리에서 처음 들은 얘기"라며 말을 아꼈다.
이효정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