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5단지 재건축조합원들이 화난 이유는 명료해 보였다. 박 시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조합은 박 시장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2017년 30여 억원을 들여 국제현상공모를 진행했다. 게다가 서울시의 의견에 따라 기부 형태로 공공시설인 한강보행교와 도서관 등도 짓기로 했다. 이듬해인 2018년 3월 서울시는 국제현상공모 당선작을 선정하고 4월 조합에 통보했다.
잠실5단지 재개발에 박시장과 서울시의 의중은 기자가 알 수는 없다. 그리고 강남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집값 상승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재건축 허가에 신중을 기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 의견을 받아들여 22층으로 층수를 낮춰 건축계획안에 반영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3구역은 지난 3월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반면, 똑같이 서울시 의견 대로 35층으로 정비계획안을 변경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서울시 심의에서 5차례나 거부됐다.
행정은 일관성과 신뢰성이 생명이다. 박원순 시장의 약속이 국제설계공모를 하면 곧바로 허가해 주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더라도 애초에 재건축을 바라는 주민들에게 '조건부 조기진행'의 기대감을 불어넣은 장본인은 박 시장이었다. 조건을 충족시킨 주민들에게 이유 없이 후속작업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박시장의 명백한 신뢰 파기이며, 서울시의 고의적인 임무 태만으로 볼 수밖에 없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