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며칠 전 발표한 브리핑 일부 내용을 ‘착오가 있었다’며 뒤집은 것을 놓고 재계 관계자는 이렇게 꼬집었다.
특히 정부는 LG화학에 대해 ‘염화비닐 배출 허용기준치를 173배 이상 초과했는데도 이상 없다고 조작한 사례가 있었다’며 마치 LG화학이 천문학적 수치를 뻥튀기한 파렴치한 기업인듯 몰아세웠다.
정부는 ‘착오가 있었다’며 별로 대수롭지 않은 듯 가볍게 얘기했지만 정부의 발표 직후 LG화학이 받은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여수 지역 환경단체들은 LG화학 여수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적 범죄행위를 일삼았다”며 정부에 엄벌을 촉구했다. 심지어 ‘배출사업장에 대한 시설 폐쇄나 조업정치 처분을 단행하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왔다.
정부가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발표한 브리핑 때문에 기업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경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해 10월 식품기업 청정원이 제조·판매하는 캔햄 런천미트에서 대장균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후 일부 식품 의학 전문가들은 ‘멸균 캔 햄에서 대장균이 검출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식약처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고 식약처는 런천미트에 대한 재검사에 착수했다.
결국 재조사를 한 지 한 달 만에 식약처가 ‘런천미트 제품에 이상이 없다’는 최종 결과를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에게는 더 이상 정부의 최종발표라는 게 의미가 없었다. 이미 소비자 뇌리에는 ‘청정원 런천미트=대장균’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깊게 자리 잡은 것이다.
LG화학은 얼마 전 전 세계 화학기업으로는 최초로 그린본드 발행에 성공하며 ‘친환경’ 이미지를 쌓았다. 그러나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의 착오로 LG화학은 ‘악질 중의 악질 기업’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기업을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정부의 과오 앞에 기업들은 언제나 속수무책이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