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방문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자녀를 둔 수요자들의 '입주 1순위'가 종전의 아파트 입지나 다양한 생활편의 시설에서 '좋은 교육환경'으로 바뀌고 있음을 새삼 알게 됐다.
흔히 분양현장에서 말하는 '학군'이란 대학 진학률이 좋은 학교나 학원가와 인접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한 학군을 고려한다면 과천이 아니라 평촌을 선택하는 게 정설이다.
즉, 아이의 성적을 숫자로 기준 삼아 서열화 하는 '치맛바람 센' 학교나 학원이 아니라, 아이들이 서로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인성을 키울 수 있는 게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유난히 지역 충성도가 높으며 서울과 인접한 친환경 도시 과천이 어찌보면 조용하고 살기 좋지만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에게는 트렌디한 생활 편의시설이 드물어 다소 지루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달리 '과천자이'를 찾은 실제 거주민들은 "아이들이 모난데 없이 둥글게 잘 지낸다"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한 거주민 방문자는 "주변에 유흥가가 없고 숲이 많은 자연친화 환경이다 보니 아이들의 인성도 차분하고 유순하다"며 "흔히 일반학교에서 일어나는 음주, 폭력, 왕따 같은 학내문제가 거의 없다"고 자랑스레 소개했다.
사실 역세권 못지 않게 학부모들이 공을 들이는 것이 '학군'이다. 이유는 아직 우리나라 현실이 '좋은 학군=좋은 대학=사회적 성공'의 등식으로 이어진다는 전통적 신념 때문이다.
아직까지 아파트 분양 광고에 대학 진학률이 좋은 학군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홍보가 대부분이다.
부모들이 자녀를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숨 쉬고 친구들과 편견 없이 지내며 좋은 정서를 키우는 '인성교육'을 이상적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현실에선 유명 쪽집게 강사를 붙여 자녀를 어떻게든 일류대학에 진학시키려는 '경쟁교육'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분양업계도 수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 문제의 뿌리가 '성적 부진'이 아니라 '인성 부재'에 있다는 사실을 살펴볼 때 자녀의 성적에 올려주기 위해 명품학권의 아파트를 쫓기보다는 아이의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되는 학군을 고르는 안목과 선택이 진정한 자녀 사랑이 아닐까 싶다.
오은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esta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