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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관광객과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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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관광객과 여행가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이미지 확대보기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누구에게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이루고 싶은 것이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심이다.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 많은 일을 하면 되는 것일까. 한 분야에 매진해서 높은 경지에 오르면 되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 인생을 잘 살 수 있을까.

며칠 전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여행은 이틀이라는 시간 외에 정해진 것이 없었다. 첫 번째 드는 질문은 '어디로 갈 것인가', 행선지를 정하는 것부터다. 그런데 이 질문에 답을 하자니, '내가 이틀 동안에 얻고자 하는것이 무엇인가'에 먼저 답을 해야만 했다. 목적지를 정하고도 '가방에 무엇을 챙길까' 고민한다.
이 질문에 답을 하자니 '도착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따라왔다. 하고 싶은 것은 많았으나 당연히 이틀 안에모두 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틀 동안 한적한 곳을 찾아, 바람을느끼고, 파도소리를 듣고, 하늘을 보고자 했다. 늦잠을 자고 느긋하게 먹고 마시고자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작은 후회가 밀려왔다. '더 천천히 움직일것을. 다른 곳 보지 말고 한 군데에만 머무를 것을. 차 렌트를괜히 했네.' 그러다 문득, 인생이 여행과 같다는 생각이들었다. 인생을 관광하는 사람과 여행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관광(觀光)은 '빛을 본다'는 뜻으로 타국의 풍광 등을 관람하는 것을 뜻한다. 영어에서는 라틴어의 Tornus(회전)가 짧은 동안의 여행을 뜻하는 Tour로 변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짧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즐기는 것이다.

여행(旅行)은 나그네가길을 떠난다는 비교적 평의한 단어다. 그러나 지금처럼 문명이 발달하기 전에 길을 떠나는 것을 떠올리면그리는 이미지가 달라진다. 집 떠나면 고생이다. 영어 Travel의 어원 또한 맥을 같이 한다. 라틴어 Travail은 고생, 그것도 아주 힘든 고생을 의미한다. 그 힘든 고생을 굳이 할 때는 이유가 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이나,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을 때 길을 떠나기 마련이다.

관광에는 손님(客)이 붙는다. 여행에는 객(客)도 쓰지만 가(家)를 붙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집 가(家)로읽는 이 한자는 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 전문가를 칭할 때 붙이기도 한다. 똑같은 장소에 가본다 해도 손님과 전문가의 입장은 다를 것이다.

나는 늘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이루고 싶어 종종거렸다. 스케줄이없는 날이 없었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을 즐겼다. 그러나무엇 하나 뜻대로 되는 바가 없었다. 여러 경험을 통해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관이 생겨 좋기는했으나, 딱히 무엇을 이루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후회와 아쉬움이 남았다. 성격 상, 감정의 찌꺼기를 남겨두지 않으니 앞으로 나아가는 데 문제는 없으나 같은 방식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은 발전 없는 반복일 뿐이라는 생각이들었다. 그동안 단체관광객 같이 인생을 살지 않았나 돌아보았다. 더많은 곳을 보기 위해 버스에 타고 내리고, 남들이 좋다는 곳을 가보고 싶어하고. 짧은 시간 동안 슥 보고 이내 떠나 버리고.

숨 한 번 크게 쉬고, 눈 크게 뜨고, 마음과 몸을 열어 상황을 그대로 보고느끼고 받아들이는 데 고작 몇 분이면 충분하다. 달리다 잠깐 멈추어 주위를 둘러보고 나를 돌아봐도 아무일 일어나지 않는다. 쫓아오는 사람 없고 앞질러 갈 사람도 없다. 모두각자의 길을 가고 있으니 나도 나의 길을 내 속도대로 가면 그만이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오래 머물러도 좋을 것이다. 방향성 없이 빨리 가기만 한다고 그 끝에 뭐 없다. 모든 것은 과정일 뿐.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가는 길 한 걸음 한걸음이 즐겁고 충만하도록.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