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최초 민간 항공사로 2011년 취항한 비엣젯항공은 첫 취항 당시 탑승객이 베트남 전체 인구 9500만 명 중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응웬 티 푸엉 타오 비엣젯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최신 엔진을 탑재한 항공기를 사들인 뒤 최대한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도록 좌석 배치를 조정해 항공권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등 공격 경영을 펼쳐 4년 만에 국영 베트남항공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베트남을 찾은 343만5000여 명 가운데 133만여 명의 승객이 비엣젯항공을 이용할 정도로 단기간 높은 수준의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비엣젯항공은 지난 2월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하노이에 있는 베트남 주석궁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총 계약금액 180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구매계약을 체결해 항공기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이번 계약에는 127억 달러(약 14조2100억 원) 규모의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737 맥스' 항공기 100대와 제너럴 일렉트릭(GE)의 항공엔진 지원이 포함됐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 추이를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이 640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켰지만 2위는 영업이익 1012억 원을 거둔 제주항공에게 돌아갔다.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은 282억 원으로 진에어(629억 원)와 티웨이항공(476억 원)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가격이 저렴한 LCC를 택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경우 LCC들이 지방 거점 활성화와 적극적인 기재 도입을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주력 항공사들의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베트남 항공시장의 지각 변동을 보면서 '한국판 비엣젯항공' 신화가 당장 일어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최우선 고려 항목으로 내세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베트남 항공 시장을 그냥 강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만은 없다. 국내 항공업계가 비엣젯항공에 주목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박상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65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