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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주식 좀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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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주식 좀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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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해 금융증권부 팀장
“지금 주식을 사야죠, 땡처리 수준입니다" 요즘 만나는 증권전문가마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국내 증시 저평가다.

입에 말린 말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 주식이 비싼지 싼지를 평가하는 잣대인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11.5배로 미국 20.2배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13.7배, 인도 23.9배 등 신흥국에 비해서도 크게 낮다.
국내 증시의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도 국내증시 저평가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주요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을 불러 개최한 간담회에서 증시 저평가 해소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이율배반적 형태다. 입으론 한국 기업들이 실제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행동은 그렇지 않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5월 회의에서 중기자산배분방안을 의결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국내주식의 비중축소다. 내년말 자산군별 목표에서 국내주식의 비중은 17.3%로 크게 낮아 졌다.

해외주식은 정반대다. 22.3%로 높아졌으며 대체투자를 비롯한 해외투자는 50% 수준으로 상향됐다. 그 배경에 대해 분산투자를 통한 수익률제고를 언급했다.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는 수익률제고보다 더 넓은 관점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투자자금의 효과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4월 국회에 6조 7000억 원 규모 추경안을 제출했다. 여야의 공방으로 추경안은 미뤄지고 있다.

추경안이 통과되더라도 효과는 있을까? 당국의 입을 빌리자면 “선제적 경기대응을 통해 민생경제도 살아난다“고 한다.

그 효과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다른 방법도 있다. 이 돈의 반의 반이더라도 증시에 넣으면 어떨까. 그 효과는 훨씬 크다는 판단이다. 돈이 더 큰 돈을 모으는 눈덩이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영향력 아래있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주식매입은 국내 증시가 바닥을 쳤다는 강력한 신호로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 ‘증시부양’이라는 정부의 확실한 메시지에 외인도 돈보따리를 싸들고 돌아올 수 있다.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되며 개인자금도 유입되는 등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부의 효과(wealth effect)라는 경제용어가 있다. 이는 주식 등 자산의 가치가 오를 경우 그 영향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를 뜻한다. 주가가 오르면 소득이 오르지 않더라도 더 자주 지갑을 연다는 것이다.

기업도 좋다. 씀씀이도 커지며 제품도 잘 팔리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더 많은 제품생산을 위해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일자리도 자연스레 늘어난다. 투자자도 기업도 나아가 경제도 좋아지는 선순환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증시자금 유입의 좋은 면만 강조했다. 불로소득을 노린 한탕주의 투기가 성행하고 금융자산에 거품이 생기는 부정적 문제도 없지 않다.

단 거품을 걱정하기에 지금 주가가 너무 싸다. 외국인의 한방에 증시가 휘청거릴 정도로 수급도 빈약하다. 증시의 체력을 강화하고,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는 차원에서도 국민연금의 대규모 국내주식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