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에 블랙스완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시계가 온통 먹구름인 가운데 미국에서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 중국에서는 산업생산과 경제성장률이 급속 추락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채권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블랙스완(Black swan) 이란 전혀 예상할 수 없던 일이 세상을 뒤흔드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만큼 대책도 마땅치 않다. 경제학에서는 흔히 블랙스완 현상 또는 검은 백조 현상이라고 한다.
현 상황에서 블랙스완의 공포를 야기하고 있는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는 홍콩 시위이다. 홍콩에서는 2019년 6월 이후 11주 연속으로 대규모 주말 시위가 벌어졌다. 25일에도 시위가 예정되어있다.
이번 일요일에는 민간인권전선이 나서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홍콩 경찰은 빅토리아 공원 내 집회만 허용하고 주최 측이 신청한 행진은 불허한 상태이다. 시위대가 행진을 강행할 경우 거리 충돌의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홍콩의 일부 강경 시위대의 행동을 '테러리즘에 가까운 행위'로 비난하면서 사태가 지속할 경우 개입할 수 있다는 경고음을 낸 터여서 12주째로 넘어가는 홍콩 시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주목된다.
중국 인민해방군 무장단이 홍콩 시위 현장 10분 거리까지 전진 배치돼 무력진압의 가능성이 높아 지고 있다. 무력진압이 이루어질 경우 세계 경제와 뉴욕증시 다우지수 그리고 코스닥 코스피 원·달러환율등에는 상당한 후폭풍이 우려된다.
우리나라와 홍콩과의 무역액은 480억 달러이다. 그중 우리나라가 홍콩에 수출하는 물량은 460억 달러, 우리 돈으로 60조 원이다. 수출액 기준으로 홍콩은 우리나라에 있어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4번째로 큰 시장이다. 일본보다 수출이 더 많다. 홍콩으로 수출되는 제품은 대부분 중국으로 재수출된다. 우리 기업들이 홍콩이 금융허브로서 무역금융에 이점이 있고, 중국기업과 직접 거래 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홍콩을 선호해왔다. 가장 많이 수출하는 품목은 반도체이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기기와 기계류는 전체 수출액의 82%이다.
중국 인민군이 홍콩 사태에 직접 무력으로 개입하면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철회할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 1992년 제정된 미국의 홍콩법은 미국이 비자나 법 집행, 투자를 포함한 국내법을 적용할 때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달리 특별히 대우하도록 하고 있다. 홍콩이 동아시아 금융·물류 허브 역할을 유지해온 것도 이런 홍콩법의 제도적 특택에 기인한 바가 크다. 실제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최근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의 통과를 위한 민주, 공화 양당의 초당적 협력을 촉구하고 나서며 사태 향방에 따라 미국이 홍콩의 특별 지위 철회에 나설 수 있음을 경고했다. 지난 6월 미국 하원 의원들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 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해 놓고 있다.
홍콩 시위 사태에 대한 위기가 높아지면서 세계증시에서는 그야말로 블랙 스완의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홍콩발 블랙스완은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특히 홍콩 주가지수 연계된 파생결합증권(ELS)의 손실도 큰 변수다. 홍콩은 아시아 금융의 중시이다. 홍콩 무력진압으로 국제자본이 빠져나가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김대호 기자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