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관계자의 말에는 절실함이 묻어있다.
내수 판매와 수출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은 가운데 회사 노동조합이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조가 경영진의 목을 조이고 있는 형국이다. 기본급 3월 소급 적용 등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면 한국GM은 올해 25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한국GM이 올해 손익분기점 착지가 아닌 임금 등 고정 비용 상승으로 2500억원의 손실을 낸다는 뜻이다.
물론 한국GM 노조원들의 어려움도 안다. 지난해 철수설로 임금도 깍였고 오르는 물가에 가정 경제가 팍팍해지고 있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기자는 한국GM 노조가 일년만 더 참았으면 한다. 회사가 수익을 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얘기다.
한 예로 쌍용차는 2009년 중국 상하이차와 결별해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바 있다. 당시 쌍용차 노사는 고강도 구조정과 무급 휴직 등을 실시하는 등 희생을 감수했다. 2010년대 중반 쌍용차는 경영상으로 여전히 어려웠지만 내수 판매가 늘자 회사를 떠난 직원들을 다시 불렀다. 이직한 직원 외에는 현재 모두 현장으로 돌아왔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르노삼성을 보자. 임금 인상을 이유로 지난해 중반부터 올해 5월까지 각종 파업으로 판매가 줄자 회사 측은 최근 구조조정 카드를 꺼냈다. 르노삼성은 부산 공장 생산량을 줄여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방침이다. 르노삼성이 400명 정도를 조정할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결국 노조가 10만원이 조금 넘는 급료를 더 받으려다 일자리를 잃는 좌충수를 둔 셈이다.
이미 한국GM은 내홍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 당장 구조조정은 없다. 다만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철회하지 않고 파업을 강행하면 르노삼성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점을 노조가 명심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GM의 한국 철수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GM은 철저하게 자본논리로 움직이면서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장을 과감히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 노조. 참는 김에 1년만 더 참자.'
정수남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