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추석 이후에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글로벌경기둔화 정부 재정 고갈 등이 심해지면서 더욱 악화될 소지가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3분기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발표한 종전 전망치 2.2%보다 0.3%포인트 낮은 1.9%로 하향 조정했다. 추석 이후 더 나빠진다는 전망이다. 국내 경제기관 중에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2% 아래로 내다본 것은 한경연이 처음이다.
미중 무역 갈등 격화와 글로벌 경기 하강으로 인해 주요 수출 상대국들의 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이 계속 위축되고 있다. 수출품목의 가격경쟁력 상실로 교역조건이 나빠지고 일본의 수출규제로 대외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수출전선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추석 이후 한국 경제에 본격적인 충격파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각종 규제와 정부의 반시장 정책으로 설비투자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민간소비 성장률도 둔화되고 있다. 10월에 분양가상한제 규제까지 시행되면 가뜩이나 위축되었던 건설경기는 아예 절벽상황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올 성장률 전망치를 6월 전망치 2.5%에서 0.4%포인트나 낮추어 2.1%로 하향조정했다.
이미 해외의 IB 및 경제기관 중에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대로 전망한 곳이 드물지 않다. ING그룹 1.4%, 씨티그룹ㆍ모건스탠리 1.8%, 골드만삭스ㆍJP모건체이스 1.9% 등 이다. 블룸버그가 최근 집계한 국내외 42개 기관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0%이다. 그중 가운데 1%대 성장률을 전망한 곳이 11곳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도 최근 14년 사이에 반 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을 최대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장률을 말한다. 한은은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2.5∼2.6%로 낮추었다. 5년 단위로 새로 추정한 한국의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0∼5.2%, 2006∼2010년 4.1∼4.2%, 2011∼2015년 3.0∼3.4%, 2016∼2020년 2.7∼2.8% 이다. 잠재성장률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앞으로 갈수록 더 어렵다는 얘기다.
추석 이후 최대의 변수는 역시 미중 무역 협상이다. 미국과 중국은 10월에 무역전쟁 해소를 위한 고위급 협상을 갖는다. 그 고위급 협상에 올릴 타협안 초안이 추석 직후에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9월의 실무자 협상이 어긋나면 10월 1일부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폭탄이 터진다. 중국도 보복의 강도를 높일 것이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무역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뉴욕대의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강연에서 "미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발 경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분쟁 심화는 중국이 위기를 맞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될 수 있다 "고 밝혔다. 미중 무역갈등은 최악의 보호무역주의로 한국 도 적지 않은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WSJ은 5일(현지시간) 격화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기 전망을 더 어둡게 하면서 연준 관리들이 이번 달 FOMC에서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준은 추석 직후인 17일부터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조정한다. 현재로서는 0.25% 포인트 하향조정이 유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0.5%포인트의 공격적 금리인하에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를 내리기에는 물가폭등과 경기과열에 대한 부담이 크다. 미국 연준의 이 같은 소극적 행보는 한국은행 금통위의 추가 금리인하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세수마저 줄어 정부재정을 통한 경기활성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 상반기 국세 수입은 156조2000억 원으로 전년대비 1조원 감소했다. 이 와중에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재정조기집행이 늘어 통합재정수지가 38조5000억 원 적자를 냈다. 관리재정수지는 59조5000억원 적자였다. 세수 잉여가 모두 떨어져 앞으로 추경을 하거나 예산을 늘릴 경우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채발행은 이른바 크라우딩 아웃 현상을 야기해 경제를 더 위축시킬 수도 있다. 추석이후 한국 경제상황이 결코 녹록치 않다.
김대호 글로벌이커노믹 연구소 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