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레옥잠은 줄기의 중간 부분이 볼록하게 부풀어 올라 있는데 만져보면 스폰지처럼 폭신하다. 이 부분이 물고기의 부레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 볼록한 부분을 칼로 쪼개어 보면 얇은 막의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곳에 공기가 들어 있어 구명튜브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줄기 덕분에 부레옥잠은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물결 따라 바람 따라 떠다니며 널리 분포할 수 있는 것이다. 물속에 잠겨 있는 뿌리는 어린 물고기들이 안식처가 되기도 하고 새우들의 번식처가 되어주기도 한다.
부레옥잠은 여름 연못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개구리밥, 생이가래와 함께 쉽게 만날 수 있는 부유식물 중 하나다. 부유식물은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여느 식물들과는 달리 물 위에 둥둥 떠다니며 산다. 여행자의 삶을 살아가는 부레옥잠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친숙한 꽃이지만 실은 남아메리카가 고향인 외래종이다. 처음에는 가정에서 관상용으로 어항이나 연못에 넣어 기르며 꽃을 보기 위해 들여왔고,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호수나 강이 심각하게 오염되면서 수질 정화를 위해 수입한 식물이라고 한다.
부레옥잠은 원산지에선 여러해살이풀이지만 우리나라에선 한해살이풀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겨울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기 때문이다. 열대가 고향인 부레옥잠은 수온이 섭씨 20도 이상 되어야 잘 자라고 영하 3도 이하가 되면 동해를 입는다고 한다. 부레옥잠이 꽃을 피우는 것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부터 9월까지이다. 햇빛이 잘 드는 못에 띄워놓으면 알아서 잘 크고 꽃도 잘 피운다.
이처럼 예쁘고 수질정화까지 해주는 멋진 식물이지만 부레옥잠은 세계 10대 잡초로 꼽힐 만큼 많은 나라에서 골칫거리 취급을 받고 있다. 열대지방에선 부레옥잠의 성장 속도가 워낙 빠르고, 번식력이 좋다 보니 순식간에 강이나 호수를 뒤덮어 버리기 때문이다. 부레옥잠으로 뒤덮인 강이나 호수는 햇빛이 물속까지 비치치 못하기 때문에 물속의 식물들이 광합성을 하지 못한다. 결국 침수식물들이 산소를 만들어낼 수 없게 되면서 물속의 물고기와 수많은 생물들 역시 산소 부족으로 죽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뱃길을 가로막고 수력발전을 방해하기도 하니 문제 잡초로 뽑히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싶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에선 부레옥잠은 절대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선 부레옥잠은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 전에 추운 겨울이 들이닥쳐 한해살이로 생을 마감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부레옥잠을 여름 연못을 빛나게 하는 어여쁜 꽃으로만 기억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