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마감 내에 못 쓰면 안 쓴 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노력해서 문서의 90%를 써 놓았다고 하더라도 마감을 지어 제출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90%를 한 것이 아니라 그냥 0이 되고야 마는 것이다. 쓰다 만 글을 독자에게 보여줄 수도 없을뿐더러, 설령 보여준다 하더라도 결국 마저 써오라는 이야기만 들을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마감 내에 글쓰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빨리 쓰기 시작해라. 비즈니스 문서는 글의 내용과 구조를 먼저 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틀을 잡아두고 난 후라도 첫 문장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기 일쑤인데, 우선은 생각나는 대로 마구 쓸 필요가 있다. 고치는 것은 차후에 하고 우선 머리에 있는 것을 다 쏟아내야 한다. 그 다음 정리를 하면 쓰는 나도 편하고, 글의 완성도도 높일 수 있다. 첫 문장부터 정성 들여 고민하고 써봐야 글 전체를 놓고 다시 봤을 때 버려야 되는 문장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마감기한에 임박해서 쓰게 되면 실수도 있기 마련이거니와 탈고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글은 처음부터 정성 들여 쌓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 생각의 뭉텅이를 깎아내 조각한다는 느낌으로 접근해야 한다.
글쓰기의 시간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의 니즈를 미리 파악하는것’이다. 글쓰기 주문을 받아서 본인만의 뇌피셜(객관적인 근거가 없이 자신의 생각만을 근거로 한 추측이나 주장을 이르는 요즘 말로 뇌와 오피셜(officia)l의 합성어)로 열심히 작성해 봐야 잘못된 방향이었다면 삽질한 것이나 다름 없다. 처음부터 다시 쓰거나 대부분 내용을 수정해야 하는 고난을 겪고 싶지 않다면 미리글을 주문한 사람과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가장 분명한 방법은 ‘작은 글’을 써서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글의 전체 구조와 주요 내용을 간단하게 적어 먼저 의견을 구한다. 이렇게 합의를 하고 글쓰기에 들어가면 적어도 ‘다시 써오라’는 이야기는 듣지 않을 것이다. 미리 합의를 하기 어려운 경우(대중이나다수의 직원에게 글을 쓰는 경우 등)에는 독자의 페르소나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그 독자에게 말하듯이 쓰면 좋다.
이렇게 쓰고 있는 나 또한 매번 여러 마감에 쫓겨 급하게 글을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성하고 다짐하는 마음으로, 나와 같은 실수를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피해 가길 바라며 적었다.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