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종종 이 중요한 목적-설득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본다. 첫째는 글 자체에 보완이 필요한 경우다. 글 쓰는 사람이 쓰면서 목적을 염두에 두지 않았거나, 생각은 했지만 글쓰기 자체에 어려움을 겪어 안타까운 결과가 나올 때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두 번째 경우다. 글 자체로만 보면 문제가 없는데 실제 글이 읽히는 상황에서 설득이 안 되는 것.
반면 글은 감정이 없다. 정확하게는 글쓴이의 감정은 남지 않고 읽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읽힌다. 말에는 억양, 소리 크기 등이 있고 대면한 경우 표정과 몸짓으로 더 많은 정보, 특히 감정이 전달된다. 글은 이런 요소들이 없으니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글쓴이의 진정성이 전달되는데 한계가 있다.
거꾸로 리더가 글만 받는 상황을 생각해보라. 중요한 결재나 보고가 사전 상의 없이 올라왔다. 글의 내용은 리더의 생각과 일치하고 형식 면에서도 전혀 흠잡을 것이 없다. 그럼에도 리더의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다. 짧게라도 언질을 주거나 자신의 의견을 물어왔다면 좋았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다 비슷하다.
팀이 함께 성과를 내도록 이끌 때에도 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경우는 각자 생각하고 글로 제출하기 보다 대화를 통해 서로 자극을 주고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공과 사는 분명히 해야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에 상호 이해와 정서적 교류는 중요하다. 구글에서도 이런 점에서 직원 간의 우연한 소통(Serendipity)을 촉진하도록 사옥을 구성했다.
갈등 상황일 때도 글로 다가가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글을 쓸 수 있으나, 다른 커뮤니케이션 없이 글로만 시시비비를 따지면 감정이 상하고 갈등을 촉발시킬 수 밖에 없다. 상대가 어렵고 문제가 복잡할 수록 직접 만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리더라면 설득해야 할 대상이 더욱 많아지므로 글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해진다. 필자는 늘 지금보다 더 많은 리더들이 더 많은 글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글이 만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리더의 글 앞, 뒤로 진정성 있는 말과 행동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유려하고 탁월한 글이라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