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평균성장률을 3.4%로 전망했다. 2019년 추정치 3.0%에서 0.4% 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IMF는 특히 세계의 교역증가율이 지난해의 1.1%에서 올해는 3.2%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내다.
참으로 모처럼 접하는 청신호이다. 최근 수 년 동안 세계경제는 줄곧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IMF 등 국제기구의 전망대로라면 세계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상승폭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적어도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 무척 고무적이다. 세계경제가 경기하강의 늪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으로 대전환을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득시무태(得時無怠)하는 말이 있다.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닌 만큼 때를 만나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 주(周)나라 때 좌구명이 쓴 국어 월어(越語)편에 나오는 말이다. 물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우리 속담과 비슷한 뜻이다.
모처럼 우리 경제의 주변 여건이 호전되고 있다.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 기회를 살릴 필요가 있다. 이 대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과 정책의 방향이다
요즘 미국 경제는 그야말로 호황을 맞고 있다. 전 세계가 고통을 겪는 와중에도 미국만은 나홀로 호황이다. 불과 10여전 인 2007년과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미국경제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그런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해냈다. 오바마의 구조조정과 연준의 절묘한 통화정책 등도 주효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트럼프의 과감한 경기부양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파격적인 법인세율 인하와 규제완화를 미국 경제 부활의 견인차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적극적인 외국자본 유치와 해외에 나가있던 미국 기업을 다시 끌어들인 이른바 ‘오프-쇼어’ 정책도 큰 힘이 됐다.
미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던 2017년 이후 우리경제는 정반대로 쪼그라들었다. 성장률이 둔화되고 수출은 줄었다. 상시 고용률이 크게 하락하고 자영업자 도산과 폐업이 줄을 이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터지면서 미국과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이 큰 한국으로서는 그 충격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한국경제 부진의 이유를 미중 무역전쟁에서만 찾는 것은 부분으로 전체를 가리는 일이 될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분석일 수 있다. 미국 불룸버그는 최근 논평에서 “한국의 투자 감소는 미중 무역전쟁 이전부터 이미 심각한 수준이었다”면서 한국경제 하강의 원인을 무역전쟁이 아닌 2017년 5월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반 시장적 정책에서 찾고 있다.
성장잠재율의 하락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그런 각도에서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을 핵으로 하는 오로지 문재인정부의 J노믹스 때문에 우리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그 효과를 거두기까지에는 타임래그가 있을 수도 있는 만큼 현 단계에서 J노믹스가 완전히 실패했다고 속단하고 싶지도 않다. J노믹스에는 오랜 시간 왜곡되어온 분배구조를 개선하고자하는 선하고 뜨거운 마음이 담겨있다. 잘못된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체질을 보다 튼튼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굳이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새해에는 분배 정책을 펴더라도 시장을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 중국 같은 사회주의 국가도 전략적으로 시장을 키우고 있다. 시장의 기능으로 사회주의적 정책 목표를 이루고 있다.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이나 시진핑의 선부론은 모두 시장을 활용한다데 정책의 초점이 놓여져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이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형성된다는 시장 원리이다.이 시장원리는 우파의 편도 아니고 좌파의 적도 아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 내린다는 자연의 법칙과 같은 하나의 법칙일 뿐이다. 시장에는 이데올로기가 없다. 시장을 외면하거나 너무 오래 떨어져 있으면 시장의 보복을 받게 된다. 경자년은 시장으로 한국경제를 살리는 한국판 흑묘백묘 운동을 제안해 본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