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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만 견제하는 삼성 준법감시委, ‘옥상옥’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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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만 견제하는 삼성 준법감시委, ‘옥상옥’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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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민철 기자
삼성전자가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가 “정치 권력자로부터 또다시 뇌물 공여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방법을 찾으라”며 준법감시제 등 이례적인 숙제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정 판사 주문에 어떤 의도가 함의 돼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초점이 잘못 맞춰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기업의 준법감시체계는 이미 작동되고 있는 시스템이다. 감사위원회와 준법감시인제도, 감사 등 경영 투명성 확보와 윤리성 강화를 위한 기업의 감사와 감시업무가 상설화 돼있기 때문이다. 삼성도 각 계열사별 이사회의 감사위원회와 준법감시인제가 가동 중이다. 이런 가운데 재판부의 준법위로 기업의 준법의식을 강화시킨다는 점에서는 반길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기업의 준법시스템 미비나 미작동이 아니다. 기업의 돈을 전리품처럼 권력자 개인 주머니로 여기는 권력층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 한 기업이 국가 최고 권력자의 ‘은밀한 요구’를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각 기관의 ‘서슬 퍼런 사정의 칼날’이 기업 심장부 겨누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아도 말이다.
과거 1992년 통일국민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권력층의 이른바 ‘삥뜯기’ 때문에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일화가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기업 경영인의 준법경영을 무력화 시키는 국가 최고권력자의 인식이 견제받지 못한다면 아무리 강력한 준법위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뇌물을 강요받는 기업에 대한 수동적 시스템을 마련하기 보다는 권력층의 그릇된 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근본적 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거 때마다 새로 들어서는 권력층에 대한 실효적 예방책 없이는 기업이 준법위를 구성해 운영해도 이는 선언적 구호에 불과하다. 연장선상에서 이미 대기업별로 기업 투명성과 윤리성 강화를 위한 준법시스템이 가동 중인 상황에서 추가적 준법위 구성은 또다른 ‘옥상옥(屋上屋)’이란 비효율적 구조만 만들 뿐이다. 이는 경영구조를 슬림화 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글로벌 추세와도 역행한다.
기업의 윤리성 강화와 준법에 바탕을 둔 경영적 판단은 오로지 경영자의 몫이다. 권력층은 무작정 기업만 탓할 것이 아니라 기업 경영자가 준법에 기초한 올바른 경영에 매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비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