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조직과 구성원이 리더의 피드백에 기대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구성원에게 평가 결과를 알려주는 동시에 구성원의 성과를 촉진하고, 성장을 지원하며, 행동을 변화시키길 바란다. 솔직하되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되고, 냉철함과 포용력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이럴 때, 피드백이라는 단어는 내려놓고 구성원에게 편지 한 장씩 써보길 권한다. 단순 평가 결과 통보 이메일이나 간단한 메모가 아닌, 진짜편지 말이다. 편지는 어렵던 피드백의 시작을 한결 수월하게 해준다.
구성원도 마찬가지다. 피드백을 말로만 들어서는 이해도 안 되고 기억에 남지 않을뿐더러, 리더가 질문이라도 하면 곤혹스럽기 그지없다. 면전의 칭찬은 괜히 부끄럽고, 지적은 즉각적 불만 제기를 가져온다. 편지는 읽다 보면 리더의 관점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편지는 대충 얼버무릴 수 없다. 불쑥 ‘좋았어’ 할 수 없다. 뭐가 좋았는지, 좋았다는 것이 뭘 얘기하는 건지. 말로 하면 괜찮은데 글로 하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자기의 생각과 판단을 실체가 있는 말로 써내려 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냥 ‘이거, 저거, 그때그거’ 할 수 없다. 과거 구성원의 행동이나 성과를 구체적으로 쓸 수 밖에 없다.
편지는 수신자와 발신자의 감정을 배려한다. 편지에는 기본적인 형식이 있다. 시작하며 인사를 하고 나의 안부를 전하며, 안부를 묻는다. 말미에는 당부의 말을 전하고 덕담과 함께 끝 인사를 한다. 본문중에도 단어를 고르게 된다. 욕설이나 비속어는 쉽게 걸러진다. 글에도 감정은 있지만, 말보다는 글이 머리에서 여러 프로세스를 거치는 만큼 필터링이 잘 된다.
충분한 인정과 칭찬, 뼈 아픈 지적 등 얼굴 보고 하기 힘든 말들도 글이라면 한결 수월하다. 무뚝뚝한 아빠에게서 기대하기 힘든 말을 편지로 받았을 때의 감동이 갑자기 떠오른다. 구성원들도 그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
이렇듯 편지는 올바른 피드백의 조건들을 상당히 충족시킨다. 여기에 몇 가지만 더 하면 완벽할 것이다. 우선, 만나긴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편지를 전한 후, 약속을 잡아 얼굴 보고 대화하는 시간도 갖자. 구성원의 의견을 듣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전에 구성원에게 답장을 받았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서로 글로 다 못한 이야기를 만나서 나누길 바란다. 상의하고 토론할 것은 편지에서는 하기 힘든 일이다.
편지를 쓰자니 이 역시 골치가 아프다.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일-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을 좀 더 쉽게 해주는 방법이니 시도해볼만하다. 편지만이 가지는 특별한 감성이 존재한다. 진정한 리더라면 찬찬히 지난해를 복기하며 구성원에게 전하는 덕담을 적어내려 가리라. 아, 마지막은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