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5월 메르스가 한반도를 덮치며 우리 국민은 혼란에 빠졌다. 당시 가장 큰 문제는 보건당국의 안일함과 무능력이었다. 발병 초기 국민의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관련 정보를 의료진에게만 공개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무책임한 사태 수습 행보로 '뒷북 정책'과 '탁상 행정'이라는 비판과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30명이 넘는 사망자를 기록한 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과잉 대응이 늦장 대응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우한 폐렴에 맞서고 있다. 메르스 발생 시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방역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보건당국의 진두지휘 아래 종합병원 등 의료기관들도 철저한 2차 감염 방지을 진행하고 있다.
보건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분명 칭찬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보건당국은 아직 부족함이 역력하다. 지금보다 두 배, 세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먼저 우한 폐렴 전체 확진 환자수와 사망자 수의 증가율이 줄어들고 국내에서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가 나오고 있는 등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고 있지만 신종 코로라바이러스가 어떤 변수가 등장할지 모르는 새로운 감염병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게다가 국민의 불안감을 신속히 해소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등으로 다른 국가와 달리 국경 폐쇄 등의 극단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말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에 동의한 인원이 50만 명을 넘어섰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국민이 걱정하는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은 물론 의료계의 신뢰 회복에도 나서야 한다. 이미 대한의사협회 등은 우한 폐렴 사태에 연일 보건당국에 강력한 정책 추진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때보다 발전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방역 정책이라는 의견을 수렴해 더 다양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시기다.
이와 함께 지난 3일 서울 명동을 방문해 의례적인 질문과 교과서적인 답변만을 쏟아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현장 방문 등 쓸데없는 일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 이런 탁상 행정이 국민에게 더 큰 불안감을 주는 동시에 신뢰 회복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
우한 시민이 우한 폐렴 사태를 키운 우한시 정부를 두고 한 '전염병 확산을 알고도 제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이고 몰랐다면 지도자로서 무능하다'라는 말이 있다. 위기에 빠진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역할이자 책임이라는 점을 되새기며 더 분발하는 보건당국을 기대해 본다.
황재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oul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