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미국의 주종원유인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0.1%(4.62달러) 떨어진 41.28 달러에 마쳤다. 국제유가 41달러는 2016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하루에 10%이상 떨어진 것은 2014년 11월 28일 이후로 약 6년 만에 처음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非)OPEC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OPEC 플러스)는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긴급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OPEC과 비OPEC 산유국은 하루 평균 150만 배럴을 추가로 감산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문제는 러시아였다. 최대 최대 산유국의 하나인 러시아는 OPEC의 감안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OPEC+의 감산 규모는 하루 210만 배럴이다.
뉴욕 증시에서는 코로나 19 사태로 글로벌 원유수요는 올해 상반기 하루 평균 200만 배럴 안팎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속에서 최소 100만 배럴 이상의 추가 감산을 하지 않는다면 WTI 가격이 배럴당 30달러대 후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그바람에 국제금값만 오르고있다. 4월 인도분 금값은 온스당 0.3%(4.40달러) 상승한 1672.40달러에 마쳤다. 국제금값은 주간 기준 6.8% 상승했다. 2009년 1월 이후로 최대 상승률이다. 금은 안전자산으로서의 투자가치가 부각되면서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증시는 일주일 내내 극심한 널뛰기 장세를 연출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촉발된 뉴욕증시의 '패닉'이 이제 국제유가 원유시장으로도 번졌다.
7일 오전 다우지수는 256.50포인트(0.98%) 내린 2만5864.78에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1.57포인트(1.71%) 떨어진 2,972.37에 끝났다. 나스닥지수는 162.98포인트(1.87%) 하락한 8,575.62에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900포인트가량 밀렸다. S&P500 지수도 장중 4% 가까이 미끄러졌다. 다우지수는 지난 2일과 4일 각각 1,293.96포인트와 1,173.45포인트 치솟았으나 3일과 5일에는 785.91포인트와 969.58포인트 씩 꼬꾸라졌다. 하루 걸러 급등과 급락 요동을 되풀이한 끝에 한 주간 455포인트, 약 1.8% 오른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뉴욕증시에서 일탈한 돈은 '안전자산'인 국채와 금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채권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한다. 여기에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한 이후 국채금리 내림세가 더 커졌다.
미국 경제지표는 적어도 지수상으로는 여전히 양호하다. 미국 노동부는 2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27만3000 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실업률은 3.5%로 다시 하락했다. 시간당 임금은 전년 대비 3.0% 늘어난 수준이다.
지표보다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에 따른 경제의 침체 우려가 문제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그중 3400명이 사망했다. 미국 확진자도 260명에 달한다. 미국 내의 항공기 운항 축소와 콘퍼런스 취소 등으로 경제 활동이 마비되고있다. 미국 각지에서 휴교령이 내려지는 경우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83억달러 규모 긴급 예산안에 서명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항공 산업 등 특정 부문을 돕기 위한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항공·여행·크루즈 업계에 대한 세금 감면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통화 및 재정 당국의 이런 부양책이 코로나19의 충격을 모두 상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증시와 금융시장은 반등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의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5.86% 상승한 41.49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