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들어 미국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와 트럼프 행정부의 2조달러 경기부양책등이 잇달아 나오면서 세계 증시는 숨을 고르는 듯한 모습이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87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다. 전고점인 2만 9000선에는 여전히 한참 못 미치지만 대폭락이 일단 멎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 코스피와 코스닥도 연 이틀 큰폭으로 올랐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올 법도 한 데도 한국증시에서는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계속 이어지는 외국인 순매도는 한국 증시를 추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마당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는 바람에 한국 증시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맨소리도 나온다. 25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 (48,650원▲ 1,700 3.62%), LG생활건강 (1,120,000원▼ 24,000 -2.10%), SK텔레콤 (174,500원▲ 3,500 2.05%), 현대모비스 (169,500원▲ 25,000 17.30%), 하나금융지주 (21,200원▲ 2,000 10.42%) 등이다. 시가총액이 많은 종목에서 더 많이 빠져나가다보니 코스피지수하락에 미치는 영향을 더 클 수 밖에 없다.
주식은 대표적인 위험자산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이 들어가있는 신흥국 증권시장은 선진국 증시보다 위험도가 더 높은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런 만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 즉 세계적 대유행으 선포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본의 한국증시에서의 셀코리아는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위기상황에서 돈은 주식에서 채권 이나 현찰 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도 안전관리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외국인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우리나라 원화의 환율이 급등하게된다.일반적으로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팔고 해외로 나가면 달러에 대한 수요가 생겨 원달러 상승압력이 작용한다. 단 기간에 원달러가 급등하면 반대로 환율이 매도세를 부추기는 '왝더독'(wag the dog)'이 생길 수 있다. 환율의 급등이 또 외국인의 자금이탈을 더 부추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번 셀 코리아는 과거와 패턴이 좀 다르다. 지금까지 시장에서의 셀 코리아는 한국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돼 한국을 탈출해야 해서 또 더 나은 투자처가 있을 때 다른 시장을 바이(buy)하기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서 주로 이뤄졌다. 이번 경우는 유독 한국 증시에서만 팔자세가 나타난 게 아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전 세계의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주식 뿐만 아니라 원유 금 원자재 등에서도 자금이 빠져 나가고 있다.
이 같은 묻지마 도피현상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이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는 불예측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의 대유행이라는 공포 속에 개인은 소비를 멈췄고 집단은 봉쇄하고 국가는 스스로 고립되는 길을 택했다. 기존의 경험과 분석력을 가지고 현재의 시장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단 팔고 보는 것이다.
한국에서만 돈이 빠져 나간다고 걱정할 일은 아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투자 비율은 지난해 연말 기준 39% 내외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을 1200조로 잡을 때 외국인 보유분은 468조원이 된다. 시가총액이 큰 대형회사일 수록 외국인 지분 비율이 훨씬 높은 점을 감안할 때 날짜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코스피에서 외국인 몫은 600조원을 훨씬 넘는다. 이러한 시장 구조를 감안할 때 외국인 자본인 15 영업일 동안 10조 2133억원 빠져 나갔다고 해서 호들갑을 뜰 필요은 없을 것이다. 최근 3개월동안 14조워 빠졌다고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예년의 통계에 비추어 순매도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외국인 들은 한국증시를 결코 떠나지않았다. 버릴 수도 없다. 전염병 상황이 나아지면 자연스레 다시 들어올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