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사태의 핵심은 주문수수료 문제였고 온라인의 주문수수료는 오프라인의 상가임대료와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에 세입자와 여론이 반발을 했고 반발을 이기지 못한 배민이 항복을 선언한 단순한 사건이다.
지난해 개정을 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대미문의 악법조항인 ‘환산보증금’ 문제를 안고 있는 상가임대차법의 제‧개정 과정을 들여다 보자.
상가임대차법을 처음 제정하던 2002년에 법무부측은 밥술깨나 뜨는 자영업자를 굳이 보호할 필요가 있는가였다. 환산보증금 조항이 만들어진 이유이다.
그리고 18년여의 기간 동안 환산보증금이라는 악법조항 때문에 대부분의 상가임대차 피해자들은 상가임대차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201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최순실도 상가임대차법의 환산보증금을 악용해 세입자를 울리며 치부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상가임대차법은 ‘악덕건물주 VS 불쌍한 세입자’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체로 개정을 거듭해 왔다.
일부 정치세력이 자신들의 세력 확산을 위해 일반인들의 감성을 움직이는 방법으로 상가임대차법을 이슈화해 왔기 때문이다.
상가임대차법은 소비자의 권리를 제약한다. 비근한 예로 서촌궁중족발이 상가임대차 분쟁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궁중족발을 즐길 수 없게 됐다.
소비자의 즐길 권리가 침해된 셈이다. 만일 궁중족발의 사장님이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요구를 받아들여 임대료를 인상해주고 계속해서 영업을 했으면 어땠을까?
당연히 족발값은 인상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소비자의 부담으로 되돌아간다.
소비자에게 아무런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 건물주가 가만히 앉아서 소비자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다시 배민 얘기로 돌아가 보자. 배민의 수수료가 부담이 되는 가맹점주라면 당연히 음식값을 올리게 된다.
다른 배달앱인 ‘요기요’가 배민에 비해 수수료가 비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배민과 요기요, 두 곳을 모두 이용하고 있는 가맹점주 일부는 두 곳에 제공하는 음식값에 차이를 두고 있다.
요기요에 제공하는 음식값을 더 비싸게 받고 있는 가맹점주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자의 피해는 비례해서 증가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발생한 서촌궁중족발사태는 건물주를 악마화하는데 성공했다.
우리나라 경제인구의 수백만분의 일도 안 되는 피해자를 모든 자영업자의 피해인 것처럼 엮어냈다.
서촌궁중족발 사장님같은 피해자 규모가 어느정도 인지에 대한 통계가 없다.
그러나 이번 배민사건의 피해자는 자그마치 15만 명에 달한다. 배민이 세입자 15만 명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 사건이다.
만약 배민에 등록한 세입자가 수백만이라면 발생했다면 어찌 됐을까?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배민이 수천억원을 투자해가며 마케팅에 열을 올렸던 가장 큰 이유는 시장지배적 위치에 서기 위함이다.
승자독식이라는 온라인업계의 특성상 먼저 선두자리를 잡으면 후발주자는 선두보다 두 배 혹은 그 이상의 마케팅비를 부담해야 따라갈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가 주거래은행을 바꾸지 않는 심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새롭게 출발하는 온라인업체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회원가입부터 결재수단 등록 등 귀찮은 일이 많아진다.
그렇다고 새롭게 출발하는 업체가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주지 않는 한 귀찮은 일을 할 이유가 없어진다.
우리가 주거래은행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귀찮은 일이 많기 때문에 쉽게 바꾸지 못하는 이유이다.
승자독식 구조가 자리를 잡게 되면 독과점의 횡포가 시작된다.
이번 배민사태는 단순히 수수료 문제였지만 배민이 내포한 문제점은 시쳇말로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악덕 건물주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
일부 지자체에서 훈민정음 전문에 나오는 ‘내 이랄 위하야 어엿비 녀겨’를 외치며 공공배달앱을 만들겠다고 한다.
상가임대차 문제가 됐건 온라인 공정화의 문제가 됐건 소비자를 중심에 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흥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xofon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