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사오는 최근 폭락장에서 삼성전자를 4만5000원 가격대에 산 개인투자자라는 것이다. 설명보다 놀란 것은 그 선배가 주식을 샀다는 것이다. 그는 평소 ‘주식’이라는 말을 들으면 고개부터 젓는 철저한 안전주의자다.
요즘 개인투자자의 증시참여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3076만9000개로 약 11년 만에 최대치다.
시야를 넓혀 보면 폭락장에 쌈짓돈을 턴 개인투자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개인들의 증시참여가 코로나19로 불안한 시장을 진정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아마 지난 3월 19일로 기억한다. 당시 코스피 1500선이 무너지며 무려 8.39%(133.56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가 약 6178억 원의 매물폭탄을 쏟아내며 증시를 짓눌렸다. 이 매물의 대부분은 개인들이 순매수했다. 그 뒤 급등락장에도 ‘외국인 매도, 개인 매수’의 패턴이 연출됐다.
외국인의 매물을 개인들이 받아내며 그 온기가 외환시장으로 미쳤다는 생각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외국인들은 당시 주식을 집중매도한 가운데 겁이 질린 개인들이 투매에 나서며 코스피는 1000선이 붕괴됐다. 이 과정에서 원달러환율은 1500원대로 돌파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외국인들의 매물폭탄 개인들이 꿋꿋하게 소화하며 원달러환율도 선방하고 있다. 폭락장이 연출된 지난 3월 10일부터 19일까지 코스피는 1962.83에서 1467.54로 약 25%(495.29포인트)나 폭락했다. 같은 기간은 원달러환율은 1193.20원에서 1285.70원으로 8%(92.5원)이 올랐다.
대체로 외국인들은 주식을 매도하는 동시에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을 올리며 환차익으로 돈을 번다. 폭락장에서 투매에 나설줄 알았던 개인이 되레 순매수에 나서자 외국인의 수급에서 스텝이 꼬이며 더 세게 매물을 내놓지 못하며 환율도 선방했다는 생각이다.
개인의 고군분투로 여유가 생긴 것은 기관투자자다. 시장방어의 임무를 개인들이 대신하며 총알을 넉넉히 쌓아둘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시장은 연기금 등 기관이 총알을 풀며 서서히 오르고 있는데, 개인이 외국인의 악성매물을 소화하며 수급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증시에 발을 담근 개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단기투자자 혹은 장기투자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공은 당국으로 돌아갔다. 거창한 말보다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제도마련이 급선무다. 예를 들어 금융위기 당시 도입한 장기보유주식 배당소득 비과세 등 특례를 다시 부활하는 것도 방법이다.
당시 1년이상 장기보유주식에 대해 배당소득 3000만 원까지 비과세, 3000만 원∼1억 원은 5% 저율 분리과세 혜택을 부여해 장기투자자에 당근을 줬다. 세수감소의 걱정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개인들이 증시를 떠났을 때, 외국인도 셀코리아에 나섰을 때 시장이 받을 충격을 생각하면 싼 비용이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