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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광모 회장이 다시 일깨운 '품질 완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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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광모 회장이 다시 일깨운 '품질 완벽주의'

산업부 오만학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산업부 오만학 기자.
전자, 디스플레이, 화학 등 전 사업에 걸쳐 세계 무대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LG그룹이 최근 구광모 회장의 '품질 완벽주의'로 전열 재정비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일 충남 서산 LG화학 대산공장 화재 사고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품질 사고 등 위기관리에 실패했을 때 기업은 한 순간에 몰락한다"고 말했다. 인도 공장 유해가스 누출사고에 이어 국내 사업장에서도 안전사고가 발생한 LG화학에 안전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발언이지만 그가 평소 제1 경영원칙으로 삼고 있는 '품질 완벽주의'를 강조한 대목이다. 구 회장은 지난 1월 올해 신년사에서 품질 만족을 비롯한 '고객 가치 실천'을 올해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LG는 삼성과 함께 국가대표 기업을 넘어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했지만 최근 기업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품질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얼마 전엔 LG전자가 건조기 '자동세척 기능 문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글로벌 산업사(史)에선 난공불락과도 같았던 주력기업이 품질 혁신을 이루지 못해 한 순간에 몰락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일본 샤프전자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TV 시장을 주름잡던 샤프는 '세계 정상'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달콤함에 취해 액정표시장치(LCD) TV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브라운관 TV에 안주해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세계 정상 자리를 내줬다.
샤프는 올 1월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0’에서 LG전자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롤러블 TV를 공개해 자존심 회복을 노렸지만 품질이 형편없어 국제적 조롱거리가 됐다.

'혁신의 함정'이란 말이 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집착하다 눈이 멀어 살길을 찾지 못한 채 낭떠러지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최근 LG는 '혁신의 대표주자'답게 혁신적인 아이템 발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고만고만한 제품이 난무하는 시대에 혁신 제품 하나는 단숨에 업계 지형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그 바탕엔 '품질'이라는 기본 중의 기본이 갖춰져야 한다. 구 회장의 품질 완벽주의가 LG를 더욱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들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