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연거푸 ‘강펀치’를 날리고 있다.
▲신혼·청년에게 취득세 감면 혜택을 3억 원에서 6억 원으로 늘리기로 한 것은 현금이 많아서 집 사는 사람에게 하는 역(逆) 로빈후드 같은 발상이다. (7월 9일)
▲정부가 진솔하게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공급 확대는 로또 분양으로 이어져 결국 운으로 자산도 양극화될 것이며, 보유세 강화는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엔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 매물이 나오리라는 것은 기대에 불과하다. (7월 6일)
▲문재인 정부가 교육은 포기했어도 부동산만큼은 중간이라도 가면 좋겠다. 국민이 실험대상도 아니고 아무리 대책을 내놔도 먹히지 않으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정책 변화를 가져오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이 정확한지 점검이 필요하다. 이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의 원인은 전문성 부족에 있다고 믿는다. 참여정부 고위공직자 중에는 다주택자가 많았던 기억이 없는데 이 정부에는 다주택자가 많아 충격을 받았다. (6월 28일)
조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는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이렇게 혼내고 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 때는 부동산 정책을 잘했을까?
지금 문재인 정부가 20차례 넘는 부동산 정책을 쏟아낸 것처럼, 노무현 정부도 온갖 정책을 밀어붙였다. 서울시 25개 구 전체를 ‘주택투기지역’으로 묶기도 했을 정도다.
‘8·31 부동산종합대책’이라는 것을 발표했을 때는 경제부총리가 나서서 “부동산투기는 끝났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도 정책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도 나왔다.
대통령 경제보좌관은 “군대 가는 셈치고 기다려보자는 말을 하지만 그러려면 직업군인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강남 집값만은 반드시 잡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잡겠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부동산정책은 실패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말처럼 부동산 투기와 싸운 것이 아니라 집값과 싸웠기 때문이다. 그것도 ‘강남 집값’이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부동산 빼면 꿀릴 것 없다”는 말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있었다.
이랬었는데,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꾸짖고 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정부와 ‘닮은꼴’인 점이 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인 1월 7일 신년사에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게 그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책이 다 작동되고 있다”고 국회에서 답변한 것도 노무현 정부 당시의 ‘자화자찬’과 닮은꼴인 듯 보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시는 아파트 양도차익으로 터무니없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것도 노무현 정부 당시에 들어본 듯싶은 발언과 비슷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