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주요 건자재 중견기업들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나 사회복지단체와 손잡고 사회복지시설에 여름철 외부 온도를 내려주는 기능성 페인트 시공이나 저소득가구를 위한 친환경 바닥재 시공, 임직원 가족이 힘모아 시골 초등학교 담장에 벽화를 그리는 재능기부 등 기업들이 잘 할 수 있는 사회공헌 내용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서 봉사 활동은 있어도, 정작 활동(봉사) 대상인 지역·시설·단체의 사람과 만남은 그리 많지 않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방역 차원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적 만남을 피하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이래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임직원들이 자녀와 함께 시골학교를 찾아가 학교 환경개선의 하나로 벽화를 그리는 사회공헌활동도 직원 부모와 자녀 간 소통의 자리는 되었지만, 정작 해당 학교의 재학생들과 얼굴을 마주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이같은 사회공헌활동을 언론을 통해 알리기 위한 배포한 기업들의 보도자료에는 봉사 내용과 함께 빠지지 않는 내용이 있다. 다름아닌, 사회공헌활동에 쓰인 자사 제품의 홍보 문구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사회공헌도 알리고, 자사제품도 소개하는 '꿩 먹고 알 먹기'식 홍보전략이지만, 때론 너무 '장삿속'이 보인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물론 참여하는 인원 수의 제한 때문에 기업들이 매번 사회봉사에서 진정성 있는 인적 교류를 하기란 쉽지 않고, 특히 소외계층 당사자들이 직접 만남을 기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서 '사람간 만남'의 냄새가 없이 단지 '보여주기식' 봉사활동이나 '자사제품 홍보'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도는 '사회공헌경영'이라는 거창하고 순수한 취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착한 기업' 이미지를 심기 위해 기업들이 경쟁하듯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겠지만 '지역공동체나 사람'을 위한 사회공헌의 순수한 취지가 갈수록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오은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esta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