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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檢, '이재용 불기소' 머뭇거릴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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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檢, '이재용 불기소' 머뭇거릴 때 아니다

산업부 오만학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산업부 오만학 기자.
유명한 바둑 격언 가운데 '정수정도(正手定道)'라는 말이 있다. 평소 일관된 정수로 정도를 따라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다. 꼼수로 요행을 바라지 말라는 얘기다.

정수정도가 요즘 대한민국 검찰이 귀담아야 할 경구(警句)가 됐다. 검찰이 경영권 승계 논란 중심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하려는 모습이 국민의 신뢰를 점점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 기소 해법을 정수정도가 아닌 '여론전'에 의존하는 꼼수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의 자세가 '결국 자충수가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제 권력 단죄'라는 그럴듯한 논리로 기소를 강행하려는 모습이다.

문제는 검찰이 계속 고집을 꺾지 않을 경우 패착(敗着)에 빠질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달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중단과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다. 수사심의위에 참여한 14명 중 민간 심의위원 13명이 압도적으로 내린 이번 권고를 검찰이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수순이다.
검찰은 제도 도입 이후 그동안 8차례 진행된 수사심의위 권고를 모두 수용했다. 그런데 검찰이 이 부회장 사건만 과거 사례를 따르지 않는다면 ‘공정성’ 시비를 피할 길이 없다.

특히 며칠 전 박근혜 전(前)대통령에 대한 재판 결과로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죄' 입증은 더욱 어려워졌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 강요 혐의가 무죄가 나온 이상 공여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 역시 무죄가 나올 수밖에 없다.

수사심의위 권고 이후 여권과 일부 시민단체가 검찰을 압박해 검찰 머릿속이 복잡했을 것이다. 그러나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두는 법이다. 검찰은 이제라도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중단하는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해 본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