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피킹이란 영어로는 Cherry picking으로 쓴다. 미국의 농부나 과수업자들이 질 좋은 과일만 보이고 질 나쁜 과일은 숨기는 행동에서 유래한 말이다. 일반적으로 과수업자들은 잘 익고 빛깔 좋은 과일 위주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품질이 떨어지는 과일들은 버리거나 숨긴다. 자신이 생산하는 과일에 대한 나쁜 평판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를 농부의 체리피킹이라고 부른다. 잘 수확한 과일만 보게 되는 도매상이나 소비자들은 과수원의 과일이 다 좋을 것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농부가 보여주는 과일은 과수원의 과일 중 일부 표본에 불과한 데 체리피킹으로 선정된 표본을 전체 표본으로 여기고 잘못된 환상을 갖게 될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경제학계에서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한국의 체리 피커로 회자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6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싱가포르의 경우 2주택자부터 12% 이상의 취득세를 부과한다"며 "투기 수요를 줄이기 위해 싱가포르 등의 해외 사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말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비공개 회의 후 당 대표 비서실장이 전한 이야기이다.
문제는 그 다음 양도세 대목이다. 싱가포르는 기본적으로 주택 양도세가 없다. 단기간 보유한 주택에 한해 양도세라고 볼 수 있는 판매인지세(Seller's Stamp Duties)를 물린다. 2017년 3월 이후 취득한 주택의 경우 1년 이내 매각 시 12%의 인지세가 부과된다. 1~2년 보유 시 8%, 2~3년 보유시 4%로 세율은 낮아진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3년 이상 보유하면 그 인지세율 마저도 0%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오래 장기보유를 하더라도 9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의 경우 1주택자라도 양도세가 부과되는 한국 과는 크게 다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어섰다는 국민은행의 통계를 인용할경우 서울에서는 장기보유 1주택자도 절반 이상이 양도세를 부과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 때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올리는 것이 정도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높은' 거래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턱 없이 높은 현실을 잘 숙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거래세는 GDP 대비 비중이 2.0%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부동산정책에서는 이해찬의 체리 피깅에 탓인지는 몰라도 취득 양도 보유 등 부동산 전과정의 세율을 모두 올렸다. 취득세를 올리면서 싱가포르 처럼 양도세를 맞추었더라면 퇴로가 보장된다. 싱가포르를 실제 이 같은 퇴로 보장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에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몰랐는지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 체리피킹을 한 것이 분명치 않으나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예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퇴로까지 막아버렸다. 전형적인 체리피킹 조작을 한 셈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