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는 정말 원 없이 돈을 써 봤다”고 ‘술회’한 적 있었다. “아마도 과거 왕조시대의 호조판서를 포함, 내가 역대 재무 책임자 중에서 가장 많이 돈을 써본 사람일 것”이라고 밝혔다가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내년 예산을 늘리는 데에는 물론 타당한 이유가 있다. ‘코로나19 경제 위기’다. 그것도 ‘세계적인 경제 위기’다. 다른 나라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돈을 펑펑 쓰고 있다. 우리라고 옴치고 뛸 재간은 없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일자리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30조6000억 원 편성했다고 했다. 올해보다 5조1000억 원 늘리는 것이다. 비율로 계산하면 20%다.
정부는 이 일자리 예산으로 노인․장애인․여성 등 취업취약계층의 직접일자리 103만 개를 확보하는데 3조1164억 원을 쓰겠다고 했다. 노인일자리 80만 개 확충에 1조3152억 원을 편성했다. 청년들의 구직부터 취업·창업까지 패키지 지원을 하기 위해 3조9000억 원을 들이겠다고 했다. 이 3가지만 합쳐도 8조3316억 원이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알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주역’을 맡을 대기업은 여전히 ‘미운털’이다.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제·개정안만 봐도 알 수 있다. 경제계는 벌써부터 반대의사를 정부에 전달하고 있었다.
경제 성장도 다르지 않다. 기업을 살려야 경제도 클 수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1.3%로 낮췄다. 내년 성장률도 2.8%로 0.3%포인트 하향조정했다. 기업이 살아나지 못하면 또다시 하향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도 ‘반기업’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예산 21조3000억 원을 편성, 본격적으로 밀어붙이겠다고 했다. 올해 추경에서 4조8000억 원을 반영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내년이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의 첫해인 셈이라고 했다.
한국판 뉴딜은 2025년까지 160조 원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성공하지 못할 경우 그 뒷감당도 적지 않은 걱정거리가 될 것이다.
예산을 이렇게 늘리면서 세수가 따라주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839조4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800조 원을 돌파하게 되는 국가채무는 내년에 945조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내후년에는 1070조3000억 원으로 1000조 원을 넘게 된다고 했다.
늘어난 나랏빚은 ‘미래세대’의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라도 형성해가면서 늘려야 좋았다. ‘문재인 정부 이후’의 문제일 수는 없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