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까지 제로금리 유지 시사 에도 뉴욕증시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기술주가 많이 포진한 나스닥지수는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졌다.왜일까?
연준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6일(현지시각)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현 0.00~0.25%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성명에서 ▲노동시장 조건이 FOMC의 최대고용 평가와 부합하는 수준에 도달하고 ▲물가가 2%까지 오르면서 일정기간 2%를 완만하게 넘어서는 궤도에 도달할 때까지 현 금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뉴욕 주식시장은 그러나 이 소식보다는 텐센트에 더 많이 주목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 화웨이에 이어 텐센트 제재에 들어간다. 오는 20일부터 미국 기업들이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와 거래(transaction)를 못 하도록 금지하는 것이다. 텐센트의 주력 서비스인 위챗(微信)도 미국에서 쓸 수 없도록 퇴출하기로 했다.
중국 위챗은 카카오톡과 같은 스마트폰 메신저다. 한국으로 치면 화웨이는 중국의 삼성전자이고, 텐센트는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를 모두 합친 거대한 인터넷 공룡이다.
미국의 제재로 최근 2~3년간 내수 기업의 한계를 넘기 위해 글로벌 게임·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해온 텐센트는 발목이 잡혔다. 미국의 제재가 게임에까지 이른다면 큰 타격을 입는다.
미국의 텐센트 제재는 애플, 월마트, 포드차 등 미국 기업들에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위챗 사용 금지는 미국 기업에 매우 파괴적인 일"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위챗 안에서 사용하는 간편결제서비스인 '위챗페이' 없이는 중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이 살아남을 길이 없다고 했다. 화웨이에 먹힌 '거래 금지'라는 미국의 제재가 텐센트에는 100% 먹히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6일 텐센트 제재안에 이미 서명했다. 시행일은 45일 뒤로 정했다. 그 시행일이 오는 20일이다. 그때부터는 애플의 아이폰에서는 위챗을 쓰지 못한다. 월마트 등 미국 업체가 위챗 등에 광고를 실을 수도 없다. 명분은 위챗으로 미국인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보안 문제이다. 중국 테크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막으려는 의도도 다분히 깔려있다.
텐센트의 위챗은 중국 내 이용자가 11억 명에 이른다. 해외 이용자도 1억 명에 이른다. 위챗페이라는 간편결제를 앞세운 글로벌 핀테크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텐센트는 핀란드의 수퍼셀이나 미국의 에픽게임스 등 주요 게임 개발사에 투자하고 있다. 화웨이가 하드웨어의 중국 1위라면, 텐센트는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분야의 대표 주자다. 텐센트는 테슬라와 유니버설뮤직, 스냅(12%) 등 미국 기업들 지분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카카오와 넷마블 그리고 크래프톤(13.2%) 등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텐센트를 제재하면 애플 등을 공격할 뜻을 밝혀왔다. 포드와 월마트, 디즈니와 골드만삭스,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은 최근 백악관과 화상회의에서 "위챗과 교류를 제한하면 중국에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애플이 당장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위챗이 삭제되면 아이폰 판매량은 25~30% 감소할 수 있다. 중국 소비자가 위챗 없는 불편한 아이폰에서 떠날 수 있가 때문이다.
중국 위챗(微信)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트럼프 행정명령의 추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는 원고 미국위챗서용자연합 측 요청을 법원이 기각했다. 원고 측은 "위챗 사용 금지는 언론출판의 자유, 법 적용의 평등 등 기본적인 헌법 원칙에 위배된다"며 행정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은 판결에서 "행정명령의 필요성은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도 판단할 수 있다"면서 사용자들의 요청을 기각했다. 최종 판결은 아니지만 행정명령은 현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에서 추가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