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지 25년 만에 분사(Spin-off)에 성공했다. 그동안 LG화학은 전지사업부문 분사를 꾸준히 추진했지만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적자가 이어져 적절한 시점을 잡지 못했다. 다행히 올 2분기 배터리 사업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분사가 급속도로 이뤄졌다.
특히 업계는 이번 분사 추진으로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벌이고 있는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합의도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LG화학은 경쟁사 핵심기술 무단 도용을 용인해 주면 산업 생태계가 어지럽혀지는 만큼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화학은 그러나 합의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도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 제시돼야 한다"며 강경한 모습이다.
그러나 LG화학이 최종적으로 승리해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양측이 벌인 치킨게임으로 국가 배터리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중국 등 경쟁국이 어부지리를 얻으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LG화학에게도 미치기 때문이다.
LG화학은 "회사 분할 때 경영 효율성 증대는 물론 기업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국내 배터리 산업 전체가 현재 누리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가능하다.
양측이 온갖 비난의 화살을 감수하며 진흙탕 싸움을 고집한 결과가 '자멸'이라면 그야말로 '죽 쒀서 개주는 격'이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 측에 요구하는 보상 합의금 수준을 기존 수조 원 대에서 1조 원으로 줄었다는 소문이 최근 업계 일각에서 나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양측이 공멸이 아닌 공생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를 기대해본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