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自力更生)’을 25번이나 강조했다.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후 북한 전역에서 ‘자력갱생 결의대회’가 잇따라 열렸다. 노동신문은 강원도, 평양시, 평안북도, 황해남도, 황해북도, 자강도, 남포시, 평안남도, 함경북도, 량강도, 라선시 등에서 열린 결의대회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자력갱생’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먹을거리’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신문은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있다”면서 농민 1인당 1000포기의 곡식을 더 심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자력갱생’은 실패한 게 분명했다. 북한이 1년이 흐른 지금 또다시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논설에서 “국가의 자주권을 견지하고 지속적이며 전면적인 발전을 도모하자면 자체의 든든한 경제 토대, 밑천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어떤 힘도 자력갱생, 자급자족의 기치 높이 전진하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고 우리 경제를 질식시킬 수 없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25번이나 강조했는데도 ‘자력갱생’이 실패한 이유는 쉽다. 계속된 대북 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타격, 잇따른 태풍과 홍수 피해로 인한 흉작 때문이다.
그 바람에 북한은 ‘식량문제’가 시급해지고 있다. 노동신문은 사설에서 “쌀은 우리의 힘이고 존엄”이라며 “자체의 힘으로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성과적으로 다그쳐 나가자면 무엇보다도 식량이 넉넉해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었다. 평안남도의 간석지 간척사업을 마무리하고 420만 평에 달하는 새 땅을 확보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렇지만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보고서에서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45개 국가에 북한을 포함시키고 있었다. 식량 사정이 아주 좋지 못한지, “쌀값을 올리면 역적으로 쳐라”는 지시까지 있었다는 소식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자력갱생’을 접고 외국의 도움을 못 이기는 척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야 ‘인민’을 굶주리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그래야 좋을 북한이 아예 외톨이를 자초하고 있다. 우리 공무원을 사살한 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시신을 불태우는 잔혹한 ‘사건’을 저질러 등을 돌리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경악한 외국 언론도 ‘긴급타전’하고 있다.
옛말에, 9년 동안 먹을 양식을 비축하지 못하면 ‘부족’하다고 했고, 6년 양식을 비축하지 못하면 ‘급(急)’하다고 했다. 1년 양식도 비축하지 못하면 국가의 존립기반이 없다고 했다.
군대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핵무장’을 했어도, 하루 먹일 군량밖에 없는 군대는 ‘하루 군대’다. 한 달 먹일 군량밖에 없으면 ‘한 달 군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