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모여서 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먼지로 밥을 짓고, 흙탕물로 국물을 만들었다. 나뭇조각을 주워 와서 고기를 삼았다. 아이들은 그 밥과 국, 고기를 맛있게 냠냠하며 놀았다.”
당대의 사상가인 한비자가 이유 없이 아이들 소꿉장난을 논했을 리는 없다. 정치를 빗대서 한 말이었다. 한비자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진반도갱(塵飯塗羹)’이다. 먼지를 밥이라고 하고, 진흙을 국이라고 하는 아이들 소꿉장난을 뜻하는 말이다. 아무 소용없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이 ‘진반도갱’이라는 ‘어려운 한자’가 추석을 앞두고 필요해지고 있다. ‘풍성한 추석’과는 아무래도 거리감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추석 수요 많은 36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 구매비용은 21만3428원으로 작년보다 10% 올랐다고 했다. 대형마트에서 구매할 경우는 26만7888원으로 1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올해도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 약 20%가량 저렴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입 단위’가 ‘거시기’했다. 사과 3알, 배 3알, 곶감 5개, 대추 100g, 밤 500g, 고사리 300g, 시금치 400g, 부세(수입조기) 1마리, 동태 1마리, 오징어 2마리, 소고기 300g, 돼지고기 200g, 달걀 10개, 동태살 500g, 닭고기 1.2kg, 송편 1kg, 쌀 1kg, 무 1개, 약과 1봉지 300g.…
‘6~7인 가족’을 기준으로 한 조사라고 했는데, 사과는 ‘달랑’ 3알이었다. ‘반 알’씩 나눠먹어야 될 듯싶었다.
곶감의 경우는 5개였다. 6~7인 가족이라면 1인당 1개씩 나누기도 힘들 것 같았다. 더하지도 말고 덜하지도 말고 한가위만큼만 풍성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래가지고는 ‘진반도갱’이 아닐 수 없다.
하기는, ‘코로나 추석’이다. 추석 때 고향 방문을 자제하라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추석은 고향의 가족을 직접 만나지 않는 것이 효도”라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67.9%가 이번 추석 연휴에는 같이 살지 않는 가족과 친지를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방문 계획이 있다는 시민은 28.1%밖에 되지 않았다.
‘거리두기’를 하다보면, 6~7인은커녕, 3∼4인이 모이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더욱 ‘진반도갱’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