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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돈 ‘엄청’ 풀었다는데 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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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돈 ‘엄청’ 풀었다는데 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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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한국은행이 추석을 앞두고 금융기관에 공급한 돈이 자그마치 5조155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작년 추석 때의 5조406억 원과 비슷한 규모라고 했다. 한은은 민족명절인 추석 때가 되면 엄청난 돈을 금융기관에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소상공인과 특수형태근로자·프리랜서 등 744만 명에게 3조3천000억 원의 지원금이 지급되었다고 발표했다. 1인당 100만~200만 원인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은 186만 명에게 2조 원을, 1인당 20만 원인 아동특별돌봄지원금은 508만 명에게 1조 원을 지급했다고 했다.
그러나 월급쟁이들은 돈이 없었다. ‘월급고개’ 때문이다. 월급을 받아도 통장이 텅 비는 이른바 ‘텅장’ 신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1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1%가 ‘월급고개’를 겪고 있다고 했다. 월급을 받고 통장이 바닥나는 데 걸리는 평균 12일이었다. 작년 설문 때의 16일보다 4일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 구매비용 등 지출이 늘었는데, 무급휴가 등으로 월급 자체는 오그라들었기 때문이다.
12일 만에 ‘텅장’ 신세가 된다면 한 달의 나머지 18일은 암담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카드를 긁고, 마이너스통장을 쓰고,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돈을 빌리고 있었다.

근본적으로 ‘월급이 적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4.7%(복수응답)나 되었다. ‘보험금, 월세, 공과금 등 고정비용이 많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34.3%에 달했다.

이런 형편이니 돈이 있기 힘들었다. 월급쟁이들은 지금 받는 월급보다 평균 154만 원은 더 있어야 월급고개를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했다.

추석상여금도 줄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67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0 추석 휴무 실태’에 따르면, 추석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59.1%로 작년 추석 때의 64.5%보다 적었다. 경기가 나쁘기 때문이다.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월급쟁이들이 이랬다. 직장이 없는 ‘구직자’나, 직장을 잃은 ‘실업자’는 말할 것도 없다. 그나마 월급쟁이 중에서도 8월말까지 1만1918명이 1980억 원의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고용노동부 통계도 있었다. ‘체불임금’이다.

이런 상황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서대문구의 전통시장에서 제수용품을 구입하고 나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에게 ‘소비’를 권하고 있었다. “예년 같지 않은 추석이지만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