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통계 자료를 보면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으로(인구 10만 명당 154.3명), 2위인 심장질환의 두배가 넘는다.(62.4명) 또한 암은 36년째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러 암 중에서도 폐암의 사망률이 가장 높다. 의학의 발전으로 과거에 비해 수많은 암환자를 살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기가 많이 진행된 암이나 뚜렷한 치료방법이 발견되지 않은 암환자는 아직도 고전을 면치 못한다. 많은 환자 수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호스피스는 주로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의료법상 호스피스 대상 질환은 총 네 가지로, 말기 암,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간경화,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호스피스라고 하면 소위 ‘시한부 인생’ 을 선고받은 사람에게 행해지는 의료라고 생각을 하여, 특별한 처치 없이 환자를 방치하는 듯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간혹 환자나 보호자에게 병의 예후가 좋지 않고, 상태 악화가 예상되니 호스피스를 권하는 일이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 단어부터 일반인들에겐 생소할 뿐더러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 환자를 포기하는 것이냐, 앉아서 죽을 날만 기다리라는 말이냐 등 불만을 토하는 분들도 더러 있는데, 시간을 갖고 천천히 설명하면 대부분 이해하고 잘 받아 들인다.
약을 하나 더 늘린다든가 용량을 줄인다든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십년을 살아온 인생, 삶을 마감하기 직전의 환자에게 지나온 삶을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마지막 길을 격려해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환자 혹은 보호자에게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남은 기간동안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며 살아온 날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그리고 곧 다가올 죽음을 대비하게 하는 것이 호스피스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공의 시절 몇 개월 동안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환자 한 분 한 분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회진을 돌며 한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본인의 마지막 순간에 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고마웠다며 악수를 청하신 적이 있다. 의료진에게 이와 같은 찬사가 또 있을까.
필자에게도 인생의 마지막 때는 올 것이다. 그것이 어떠한 형태이든 좋은 동반자와 함께 그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하고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병마와 싸우는 모든 환자들과 의료진 모두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부디 건강한 호스피스 문화가 우리 사회에도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규석 세브란스 가정의학과 전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