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G 칼럼] ‘별명왕’ 루스벨트 대통령

글로벌이코노믹

오피니언

공유
0

[G 칼럼] ‘별명왕’ 루스벨트 대통령

사진=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사진=픽사베이
정적에게 ‘별명’을 지어 붙여서 공격하는 ‘주특기’가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졸린(Sleepy) 조’라고 불렀다.

그 별명의 ‘파괴력’이 별로라며 고민하다가 ‘부패한(Corrupt) 조’라고 부르기도 했다. 자신의 조언자에게 ‘졸린 조’라는 별명으로 계속 불러야 할지, ‘오물 같은(Swampy) 조’ 또는 ‘소름끼치는(Creepy) 조’라고 불러야 할 것인지 묻기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트럼프는 별명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조 하이든’이다. 바이든 후보의 이름을 ‘숨는다’는 뜻의 동사 ‘하이드(Hide)’를 변형해서 ‘하이든(Hiden)’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후보가 코로나19의 유행을 피해 지하실에 숨어 있다고 비난해 왔기 때문에 이런 별명을 붙였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또 민주당 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에게는 ‘사기꾼(phony) 카멀라’라는 별명을 부여(?)하고 있었다. 자신의 혈통에 미국 원주민의 혈액이 흐르고 있다고 했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는 ‘포카혼타스’라는 별명을 붙이고 있었다.
바이든과 민주당 대선후보 자격을 두고 경쟁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미친 샌더스’였다. 대선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키가 작은 것을 빗대 ‘미니 마이크(mini Mike)’라고 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미친 낸시 펠로시(Crazy Nancy Pelosi)’였다.

또 ‘국가를 분열시킨 대통령’이라고 자신을 비난한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에게는 ‘미친 개(Mad Dog)’라고 반박하고 있었다. 트럼프는 “매티스의 별명은 ‘오스(Chaos·혼동)’였는데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 ‘미친 개’로 바꿨다”고 했다.

비판적인 언론에게도 ‘악담’이었다. ‘망해가는 뉴욕타임스(Failing New York Times)’ ‘아마존 워싱턴포스트(Amazon Washington Post)’ 등이다. ‘아마존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이 이 신문의 사주라는 점을 비꼰 것이라고 했다. 자신에게 부정적인 보도를 한 NBC방송 진행자 척 토드를 ‘졸린 눈 토드’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런 트럼프에게도 별명이 붙고 있었다. ‘벙커 보이’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대한 항의 시위가 격화되자 경호요원들이 그를 지하벙커로 피신시키면서 붙었다는 별명이다.

그런데, 따져볼 게 있다. 뉴딜 정책으로 유명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별명이 ‘엄청’ 많았다는 사실이다.

“정신병자, 손을 쓰지 못할 정도의 마약중독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있는 자, 심장병환자, 나병환자, 매독환자, 색정광, 성불구자, 암환자, 소아마비가 뇌까지 올라간 환자, 공약을 멋대로 파기한 자, 공산주의자, 폭군, 거짓말쟁이, 파시스트, 사회주의자, 타락한 인간, 악덕중개업자, 멍청이, 사기꾼, 풋내기 벼락부자, 천박한 독재자….”

그러나 루스벨트는 이 같은 온갖 ‘나쁜 별명’에도 불구하고 ‘초장수 대통령’이 되었다.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미국 역사에 기록되었다.

이런 사실을 돌이키면 경쟁자인 바이든 후보에게 별명을 더 이상 붙이지 않을 만한데, 트럼프는 그럴 마음이 없는 듯 보이고 있다. 미국 선거판은 진흙탕을 닮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