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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추수의 계절, 두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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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추수의 계절, 두 나무

강송희 플랜비디자인 책임 컨설턴트이미지 확대보기
강송희 플랜비디자인 책임 컨설턴트
가을, 추수의 계절이다. 인터넷에서는 우스갯소리로 ‘2020년은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 이 한 해를 없었던 셈 치고 내년을 다시 2020년으로 하자’는 이야기도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도 제대로 못 가고, 여행도 못 가고, 결혼식을 미루기도 하고, 여러 비즈니스에도 애로사항이 많았다.

올 한 해 경제 농사는 어땠는가?
보통 경기나 일자리 동향을 알파벳으로 비유한다. 하강했다 바닥치고 상승할 때 V자, U자, W자를 비유한다. V자형은 침체도 회복도 빠른 경우이다. 1998년 외환위기 때 경제성장률이 -5.1%로 곤두박질쳤다가 다음 해 10.7% 반등한 한국의 경우가 V자형의 예시이다. U자형은 한번 떨어진 경기가 저점에서 장기 침체(2~3년)를 보이다가 회복하는 경우이다. W자형(‘더블딥’이라 부르기도 함)은 재정·금리 정책으로 경기가 일시 회복되는 듯하다 다시 꺾이고 실물경제나 소비·투자는 한참 뒤 살아나는 경우이다. 오일 쇼크로 폭등한 물가를 20%대 고금리로 잡았으나, 그 여파로 제조업 회복이 늦었던 1980년대 초 미국을 예로 들 수 있다. L자형은 회복세 없이 침체가 길어질 때 사용한다. ‘잃어버린 20년’의 일본이 L자형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시기에 K자 모형이 나타났다. 영어 알파벳 ‘K’자 모양처럼 회복세로 인한 혜택이 일부에게만 가고 나머지는 여전히 어렵거나 하향세를 띌 것이라는 모형이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제는 'V자'나 'U자'처럼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고, 최근 들어선 나이키 로고처럼 누운 V자 모양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피터애트워터(윌리엄 앤 매리대 교수)가 지난 6월 파이낸셜타임스(FT) 에 기고한 글로벌 경제 회복 전망에 따르면, 'V자'나 'U자' 반등이 아니라 'K자' 회복을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 업종의 기업들은 회복을 못 하고 K자의 오른쪽 아래처럼 꺾이지만 IT 대기업들만 K자의 오른쪽 위처럼 급속 회복한다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업종별 경기나 일자리 회복이 양극화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입은 업계는 여행업, 숙박업, 항공업 등이다. 노래방 등 소규모 자영업도 타격이 크다. 반면 주식시장은 급격한 회복을 보였고 인터넷 쇼핑몰, 배달대행 등 IT에 기반을 둔 유통업 등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제가 V보다는 K자 회복론을 따라 간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몸담은 기업 교육도 마찬가지다. 일부는 살아남을 것이고, 일부는 소멸될 것이다. 교육 형태 측면에서도 대면과 비대면 중 효율적인 것을 찾아갈 것이다. 완전 대면으로 돌아가거나 비대면으로 향하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라는 특수상황을 맞아 시도한 블랜디드 러닝과 플립러닝의 장점을 적극 활용할 것이다. 다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거나, 함께 모여서 생각을 나눠야 한다면 만날 것이다. 만나는 것만큼의 효과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을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줌과 같은 프로그램은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어쨌든, 지금 이 순간 기업교육 그리고 그 외 수많은 비즈니스들은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어떻게 해야 장점을 살려 살아남을 수 있을지 말이다.

2020년 가을, 어떤 나무는 어느 해보다 탐스런 과실을 맺기도 하고, 어떤 나무는 병이 들어 열매도 없고, 나뭇잎마저 떨어져 거의 죽은 나무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무 주인은 좋은 열매를 맺은 나무만 예쁘다 하여 남겨두고 병든 나무는 바로 베어버릴까? 오히려 병든 나무를 보며 마음 아파하며 어디가 아픈지,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할테다.

우리의 꿈은 V자지만, 현실은 K자다. 이 K자 아래 줄기를 당겨올리는 데, 아픈 나무를 살리는 데 모두의 손길이 더해져야 한다.

덧붙여, 백신(Vaccine)의 어원은 '소'를 뜻하는 라틴어 'vacca'에서 나왔다. 내년은 소의 해다. 백신의 해가 되어, 우리 사회에 건강만 가득하기를 바래본다.


강송희 플랜비디자인 책임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