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대형 마트에서 닭고기를 사려고 안내원에게 물었다. “저쪽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닭고기를 거의 먹지 않고 있다. 치킨을 먹고 있다. 온 나라에 치킨집이다. 해마다 수억 마리다.
그렇지만 닭고기는 없다. 우리는 ‘닭 날개’를 버렸다. 그 대신 ‘윙’을 먹고 있다. 늙은이들은 헷갈리지만 아이들은 ‘윙’이 자연스럽다.
닭과 함께 달걀도 버렸다. 달걀도 더 이상 없다. 식탁 위에 올리는 것은 계란이다.
계란에 우리말 ‘찜’과 ‘말이’를 붙이고 있다. 달걀이라는 아름다운 우리말은 거의 죽었다. 계란으로는 모자라서 ‘특란’이라는 것을 찾고 있다.
더 있다. 우리는 포도주 대신 와인을 홀짝거리고 있다.
한술 더 뜨는 와인도 생겼다. ‘전통와인’이라는 술이다. 양파와인, 사과와인, 오디와인, 머루와인 등등이다. 그렇다면 포도주는 ‘포도와인’일 것이다.
아이들은 또 ‘파스타’를 먹고 있다. 피자도 좋아하고 있다. ‘국수’ 따위는 먹을거리 축에 들지도 못한다. 쌀 소비량은 벌써부터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치킨마저 로봇이 튀겨낸 것을 먹게 생겼다. 어떤 로봇 제작업체가 치킨 프랜차이즈 KFC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른바 ‘푸드 테크’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는 보도다.
치킨을 만들 때 위험성이 높고 반복 작업이 이뤄지는 곳에 협동 로봇을 투입,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또, 조리과정에 로봇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다양한 주문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언젠가 미국 하버드대학 출신 청년이 세웠다는 벤처기업에서 ‘로봇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문가가 40시간 걸려서 처리할 금융투자 업무를 ‘단 몇 분’ 만에 해치웠다고 했다. 치킨도 그렇게 되려는 모양이었다.
그렇더라도 아쉬움은 남는다. 아무리 빠르고 정확하게 튀겨내더라도 손맛과, 정성만큼은 덜할 듯싶은 치킨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