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회의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과 김현미 장관은 정부의 정책 실패 탓으로 부동산시장이 불안해졌다는 야당의 공세를 ‘저금리’ 때문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이 같은 주장과 관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저금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수급 상황, 공급 물량, 매매가 상승에 따라 전셋값이 상승하는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은 이에 대비한 정책을 폈어야 좋았다. 저금리 때문에 집값이 오를 것을 내다봤어야 했다. 정부가 자주 강조하는 ‘선제대응’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것도 없이 ‘저금리 탓’이었다.
금리의 대폭적인 인하가 부동산값을 폭등시켰던 ‘선례’도 있다. 전두환 정권 때였던 1982년의 ‘6․28조치’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경기를 살리고 물가를 잡겠다며 금리를 한꺼번에 4% 포인트 이상 낮췄다.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연 12.6%에서 8%로 4.6% 포인트, 대출금리를 14%에서10%로 4% 포인트나 인하했다. 법인세율도 대폭 낮췄다. 긴축예산까지 편성했다. 통화의 방출도 억제했다.
예금금리를 이같이 낮춘 부작용은 금방 나타났다. 만기가 되는 정기예금이 속속 빠져나가 부동산 쪽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그 바람에 부동산투기 바람이 불었고 아파트가격은 끝도 모를 정도로 치솟았다. 전두환 정권은 뒤늦게 부동산투기 억제대책을 여러 차례나 내놓아야 했다. 그래도 투기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당시 금융계는 정기예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내다보고 우려하고 있었다. 돈이 ‘실물투기’로 번질 가능성을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은 금융계의 우려를 외면했다가 후유증을 자초하고 있었다.
정책을 ‘실기’하면, 골병이 드는 것은 서민이다. 서민들은 ‘내 집’을 벌써 포기했다. ‘내 집’은커녕, 전셋값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월세마저 덩달아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세 대란’에 이은 ‘월세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금리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 중순 이후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내수와 고용 충격에도 불구하고 경제팀이 수고를 많이 했다”고 격려까지 하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