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자신의 의견이 하마(Hippo)가 되지 않기 위해 의사결정 이전에 구성원의 의견을 구한다. 본인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회의를 개최하는 절차를 거친다. 책임이 따르는 결정을 하기에 앞서 리더도 불안을 느낄 때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달콤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감정적 식사’와 같이 리더는 자신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감정적 회의’를 개최함으로써 불안을 해소한다.
왜 구성원은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을까? 투명성의 착각(illusion of transparency)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걸 상대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구성원은 자신이 생각해낸 우려 사항을 당연히 리더가 고려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 다른 구성원이 보는 앞에서 리더를 의심하게 되는 꼴이 되니 침묵하는 편이 안전하다.
구성원이 리더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리더는 모를까? 알기 때문에 리더는 자연스럽게 의견을 기다리기보다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김과장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돌아가면서 한번 의견을 들어볼까요?’ 다음과 같은 질문 방식을 저격형 질문 혹은 시간폭탄형 질문이라고 부른다. 명칭에서 느껴지듯이 매우 공격적이며 상대방을 당황시키는 질문 방식이다. 강제성을 띈 질문에 구성원은 침묵하거나 설익은 답변을 내놓게 된다. 다른 구성원들은 언제 자기 차례가 올지 눈치를 보거나 긴장한다. 다른 구성원이 말하는 동안 듣기보다 자신의 답변을 생각하기 바쁘다.
질문에 답을 얻기 원한다면 리더는 누군가를 지목해서 질문하기 보다 전체에게 질문해야 한다. 그 이후 생기는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누군가를 지목해서는 안 된다. 침묵의 시간을 주고 먼저 개인별로 적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전체에게 질문해야 한다. 그래도 침묵이 또 생긴다면 옆 사람과 먼저 적은 내용을 바탕으로 대화를 나누게 해야 한다. 머릿속의 생각을 종이에 먼저 꺼내 놓게 하고, 종이 위에 꺼내놓은 생각을 옆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입 밖으로 꺼내놓게 하자.
리더라면 답할 수 있게 물어야 한다. 침묵이라는 벽을 눕힐 수만 있다면 구성원의 의견을 듣는 다리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