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현실화율이란 공시가를 시세로 나누어 100을 곱한 것이다. 시세의 90%를 과세 표준으로 잡겠다는 말이다. 지금은 공시가 현실화율이 60%내외이다. 이를 90% 올리면 과표가 올라가 결과적으로 세금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이중에서 국토연구원은 세 번째 안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억 원 미만 주택은 3년간 일정 수준의 중간 목표 현실화율에 도달하도록 맞춘 뒤 이후 목표치까지 끌어올리게 하는 것이다. 9억 원 이상 주택은 바로 현실화율을 향해 균등하게 상승시키자는 방안이다. 지금 9억 원 미만 주택의 현실화율은 공동주택이 68.1%, 단독주택은 52.4%다. 연구원은 이를 2023년에는 공동주택은 70%, 단독주택은 55%로 모두 맞추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후엔 매년 균등한 폭으로 현실화율을 끌어올려 90%에 이르게 한다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9억 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는 도달 기간 내 바로 균등한 폭으로 올려 현실화율에 도달하도록 공시가를 인상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부동산 공시가격은 시세에 비해 턱없이 낮게 책정돼 왔다. 그러다보니 과세형평 차원에서 현실화율을 놓여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문제는 공시가격을 한꺼번에 대폭 조정할 때 야기될 수 있는 국민 피해이다. 우리나라는 헌법에 조세 법률 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법에 근거에 없으면 과세하지 못한다. 공시가격 조정은 국회의 법률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정부가 일방으로 정하는 공시가격 조정으로 세율보다 국민들에게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헌법에 어긋한다는 지적이 있다.
세금을 조정하려면 국회의 심의를 거쳐야한다. 국회 심의나 국민 합의도 없이 손쉬운 공시가격 조정을 통해 세금폭탄을 터뜨리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의 산정 기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대상자 등의 기조 판단 자료가 된다.
현실화율 숫자보다 공시가격 산출 근거 공개와 검증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지금은 공시가격에 기본 신뢰도 없다. 현행 부동산공시법에 따르면 공시가격을 적정 가격으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적정 가격이란 시장에서 정상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이다. 아주 애매모호한 규정이다. 시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공시가격과 시세의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격을 객관적으로 산정할 방안 마련이 더 급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다. 정부는 2005년 공시가격 도입이후 가격의 산정 방식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산출 근거에 대한 자료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이 있다. 서양 격언이다. 아무리 착한 의도에서 출발한 정책이라고 해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과세형평과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한 것이다. 그 선한 의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무리 선한 의도라고 해도 과학성과 합리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전 국민을 지옥으로 몰고갈 수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