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다. 많은 국민이 알고 있는 날이다. 젊은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날이다.
11월 11일은 ‘보행자의 날’이다. 횡단보도와 사람들이 나란히 걷는 모습이 연상된다는 의미에서 만든 날이다. 건강에 관심 있는 국민이 알고 있는 날이다.
국민이 일자리를 얻지 못해서 쩔쩔매면서도 고용의 날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쉽다. 정부가 하는 일이 시작할 때만 요란했다가 사라질 때는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고용의 날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10년, 정부는 11월 11일을 ‘고용의 날’로 지정하고 해마다 ‘고용창출 100대 기업’을 선정해서 공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1월 11일을 고른 명분이 일단 그럴 듯했다. ‘1’이라는 숫자가 ‘일하다’의 ‘일’과 같은 발음이고, 그 ‘일’이 4번이나 들어가는 11월 11일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물론 반론도 있었다. 빼빼로데이와 농업인의 날 등과 겹치면 고용의 날이라는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반론이었다.
그런데도 고용의 날을 만든다고 했다. 고용만큼 중요한 국가 현안은 따로 없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정부부처의 이름에까지 ‘고용’을 넣어서 ‘고용노동부’로 고쳤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고용의 날은 첫해부터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 것이다. G20 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정부는 그 G20 정상회의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까지 연기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고용의 날은 ‘제 1회 행사’차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고용을 많이 창출한 기업에게 ‘상’을 주겠다는 계획 역시 없어졌다.
이후 고용의 날 행사가 열렸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고용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서 고용의 날이라는 게 필요 없어졌기 때문일 수는 없었다. ‘일자리 주간’을 설정한 게 그랬다. 정부는 고용의 날을 만들겠다던 다음 해인 2011년 11월 11일부터 25일까지를 ‘일자리 주간’으로 잡고 있었다.
고용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었다. 고용이 늘어야 국민이 월급을 타서 소비를 하고, 수출 부진으로 죽 쑤는 경제를 조금이라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용의 날을 부활시킬 수는 없었다. 앞 정부가 만들어놓은 것을 따라가는 정부는 ‘별로’였다. 그래서인지 고용의 날과 비슷하게 보이는 ‘청년 채용의 날’을 만들고 있었다.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설치된 ‘고용존’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청년 채용의 날’ 행사를 열고, 구직과 구인을 ‘매칭’시켜 주겠다는 날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어떤가. 고용을 정책의 ‘1순위’로 꼽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일자리 상황판’도 만들고 있었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자리는 여전히 없다. 되레 ‘고용증발’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있었다. 백수만 늘어나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