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10개국과 한국 , 중국, 일본, 뉴질랜드, 그리고 호주 등 15개국 정상들은 15일 화상으로 RCEP 정상회의 및 협정문 서명식을 가졌다. 한국은 15개국 가운데 14번째로 호명됐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정문에 서명하자 문 대통령은 박수로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앞으로 각국의 비준 절차를 거치면 RCEP는 경제블록으로서의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RCEP에 참여한 15개국의 무역규모와 인구 그리고 총생산(명목 GDP)이 전 세계의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0%를 넘어선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FTA보다 규모가 크다. RECP가 처음 논의된 것은 2011년 11월이다. 이후 9년간 31차례 공식협상과 19차례의 장관회의, 그리고 4차례 정상회의를 거쳐 마침내 합의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RECP가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RCEP은 미국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중국이 주도해 추진해온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의 대항마로서 시작했다. 오바마 이후 등장한 트럼프가 스스로 TPP에서 탈퇴함으로써 미-중 대결의 의미가 다소 퇴색했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볼수는 없다.
더구나 미국의 새 대통령 당선자 바이든은 오바마 댄통령 밑에서 함께 TPP를 밀어 부치던 인물이다. 그런 바이든이 미국 주도의 세계 무역질서에 대항하기위해 만들어진 RCEP를 과연 좋게 만 볼 지 의문이다. 다자주의를 지향하는 바이든으로서는 TPP에 다시 가입하든지 아니면 RCEP에 대응하는 미국 주도의 또 다른 경제 블록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RCEP에 너무 앞장서는 것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자칫 미국과 중국의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질 수도 있다. TPP에 적극 앞장 선 일본과는 달리 우리는 아예 가입도 하지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이 편가르를 시도하면 우리의 입장이 크게 난처해질 수 있다.
굳이 미국이 아니더라도 RCEP를 계기로 아시아 경제권이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을 경계할 필요도 있다. RCEP가 지금은 낮은 무역자유화 수준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의 입김이 강화될 수 밖에 없다. 중국의 맹목적 애국주의와 국수주의도 결코 미국에 못지않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