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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카카오가 내 자서전 써줄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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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카카오가 내 자서전 써줄 날을 꿈꾼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김상균 강원대 교수
지난 여름, 조찬 모임 강연이 있어서 매우 이른 시간에 택시를 탔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기사님은 이른 시간에 내가 왜 호텔에 가는지 몹시 궁금한 눈치였다. 홍보,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강연을 하러 간다고 했더니, 매우 반가워했다. 자신도 젊은 시절에 그쪽 일을 했다며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택시에서 내리는데 운전석 옆에서 작은 책자를 꺼내고는 수줍은 표정으로 내게 건넸다. 기사님이 쓰신 자서전이었다. 늦은 저녁 자서전을 들춰보며, 판매하지 않을 자서전을 왜 책으로 엮으셨을까 생각했다. 타인과 닮은 듯하며 다르기도 한 나의 삶, 그 삶이 나에게는 가장 특별한 이야기이기에 그리했으리라 짐작했다.

많은 이들이 카카오톡을 쓰고,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이자 소셜미디어인 카카오스토리에 자신의 일상을 기록한다. 스스로 인식하거나 의도하지 않는 순간에도 사람들이 현실을 살아가는 기록은 카카오가 건설한 세계에 고스란히 남겨진다. 어디를 어떻게 이동했는지, 돈을 어디에 쓰고 어디에 투자하는지, 무엇을 보고 읽고 즐기는지를 카카오의 거대한 교통, 금융, 콘텐츠 메타버스는 다 꿰고 있다.
이렇듯 실제 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을 가져가서 복사하듯이 만들어 낸 메타버스를 거울 세계라고 한다. 거울 세계는 현실 세계에 효율성과 확장성을 더해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모든 정보를 그대로 옮기지 않고 목적과 편의에 따라 필요한 정보들을 조합해서 이미지나 그래프 등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달의민족이나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구글어스와 구글맵도 거울 세계에 해당한다. 게임(마인크래프트 등)과 교육(미네르바스쿨) 영역에서도 거울 세계를 찾아볼 수 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소설을 쓰는 시대이다.
"'정신 차리고 말해!' 그녀는 숨을 한 번 몰아쉬었다. 몸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남은 시간이 더 없었다."

이 문장은 포자랩스라는 스타트업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쓴 내용이다. 2016년, 일본 호시 신이캄 문학상 공모전에서 예선을 통과한 작품 중 4편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쓴 소설이었다.

카카오 메타버스가 보유한 나에 관한 어마어마하게 다양하고 세세한 기록들을 인공지능 소설가에게 넘겨주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특히 내가 카카오톡을 통해 주변인들과 소통하고, 업무를 처리했던 대화 기록까지 인공지능 소설가가 들여다본다면 꽤 괜찮은 전기가 나오리라 기대한다. 시간을 축으로 놓으면, 짧게는 하루의 일기, 길게는 수십 년에 걸친 삶의 기록을 담은 이야기가 될 테고, 주제를 축으로 놓으면, 사랑과 이별 이야기, 커리어 이야기, 나의 흑역사 모음 등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겠다.

내가 주인공인 나의 이야기가 나에게 정말 매력적인 콘텐츠가 될 것은 확실하다. 내 이야기를 지인들과 공유하고 의견을 듣거나, 누군가에게 공유하는 게 불편하다면 언젠가는 인공지능 독자나 인공지능 카운슬러에게 공유하고 소감과 조언을 구할 수도 있겠다.

메타버스 속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서 살아간다. 각자 자신을 중심으로 잡아 원을 그려놓고,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살아간다. 메타버스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정보가 생성되며 기록되고 있으나, 그 데이터와 정보를 시간과 사람들의 관계로 엮어낸 이야기는 부족하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여서,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데이터나 정보가 아닌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를 카카오와 같은 메타버스가 우리에게 보여주면 좋겠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내 데이터를 통해 들려줄 이야기가 기대된다. 카카오 메타버스에 머무는 이들에게 각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카카오가 선물해주기를 몽상해본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인지과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