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카카오톡을 쓰고,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이자 소셜미디어인 카카오스토리에 자신의 일상을 기록한다. 스스로 인식하거나 의도하지 않는 순간에도 사람들이 현실을 살아가는 기록은 카카오가 건설한 세계에 고스란히 남겨진다. 어디를 어떻게 이동했는지, 돈을 어디에 쓰고 어디에 투자하는지, 무엇을 보고 읽고 즐기는지를 카카오의 거대한 교통, 금융, 콘텐츠 메타버스는 다 꿰고 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소설을 쓰는 시대이다.
이 문장은 포자랩스라는 스타트업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쓴 내용이다. 2016년, 일본 호시 신이캄 문학상 공모전에서 예선을 통과한 작품 중 4편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쓴 소설이었다.
카카오 메타버스가 보유한 나에 관한 어마어마하게 다양하고 세세한 기록들을 인공지능 소설가에게 넘겨주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특히 내가 카카오톡을 통해 주변인들과 소통하고, 업무를 처리했던 대화 기록까지 인공지능 소설가가 들여다본다면 꽤 괜찮은 전기가 나오리라 기대한다. 시간을 축으로 놓으면, 짧게는 하루의 일기, 길게는 수십 년에 걸친 삶의 기록을 담은 이야기가 될 테고, 주제를 축으로 놓으면, 사랑과 이별 이야기, 커리어 이야기, 나의 흑역사 모음 등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겠다.
내가 주인공인 나의 이야기가 나에게 정말 매력적인 콘텐츠가 될 것은 확실하다. 내 이야기를 지인들과 공유하고 의견을 듣거나, 누군가에게 공유하는 게 불편하다면 언젠가는 인공지능 독자나 인공지능 카운슬러에게 공유하고 소감과 조언을 구할 수도 있겠다.
메타버스 속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서 살아간다. 각자 자신을 중심으로 잡아 원을 그려놓고,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살아간다. 메타버스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정보가 생성되며 기록되고 있으나, 그 데이터와 정보를 시간과 사람들의 관계로 엮어낸 이야기는 부족하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여서,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데이터나 정보가 아닌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를 카카오와 같은 메타버스가 우리에게 보여주면 좋겠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내 데이터를 통해 들려줄 이야기가 기대된다. 카카오 메타버스에 머무는 이들에게 각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카카오가 선물해주기를 몽상해본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인지과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