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네이버의 확장에 제동을 걸만한 해외 기업으로 필자는 에픽게임즈를 지목해본다. 에픽게임즈는 배틀로얄 형태의 게임인 포트나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를 포트나이트라는 게임과 비교하는 접근이 의아해 보이겠으나 포트나이트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그리 이상한 비교도 아니다.
이제 포트나이트류의 대형 게임들은 일상생활과 분리된 놀이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일상의 활동을 이어가는 새로운 디지털 세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렇게 현실과는 다른 공간, 시대, 문화적 배경, 등장인물, 사회 제도 등을 디자인해 놓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세계가 바로 메타버스 가상 세계이다.
현대인은 컴퓨터, 태블릿, 랩톱, 스마트폰에 각각 수십 개 이상의 웹사이트 링크, 소프트웨어, 앱을 설치하고, 그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며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메타버스화가 가속화되면 사람들은 하나의 메타버스에 접속해서 지금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비즈니스, 학습, 일상생활, 놀이 등을 하나의 디지털 세계에서 해결할 것이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 매번 새로운 앱을 켜고, 다른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로그인하는 형태가 아니라, 자신의 아바타를 가지고 단일 메타버스에서 모든 것들을 일상의 삶처럼 단절 없이 이어갈 것이다. 현실 세계 속 삶의 방식이 디지털 세계, 메타버스로 그대로 옮겨지는 셈이다.
유발 하라리가 2015년도에 발표한 <사피엔스>에서 '호모 데우스'를 언급했다. 신이 되려는 인류는 영원한 삶을 살며, 끝없이 행복하고자 한다. 스스로 창조한 신세계에서 스스로 창조한 인공지능 캐릭터와 인간들은 함께 어울려서 지내려 한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자신의 부캐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현실과는 또 다른 성취감을 맛본다. 현실 정보를 더 편리하고 보기 좋게 옮겨놓은 거울 세계에서 자연스럽게 쇼핑하고 금융서비스를 이용한다.
소리 없는 무역, 경제, 소비 전쟁이 계속 되는 지구 위의 새로운 지구, 디지털 지구에는 아직 우리가 탐험하고 개척해야 할 영역들이 많이 남아있다. 검색, 이커머스, 미디어 등에 관련된 기업들이 메타버스에 주목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인지과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