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서방국가로서는 가장 먼저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영국 정부는 최근 미국의 제약사인 화이자와 독일 제약사인 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즉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 프로젝트를 가동해 신속한 백신 개발·보급을 위한 총력전을 펴 왔다. 트럼프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백신 최초 접종의 타이틀을 영국에 내주고 말았다. 화이자가 미국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패배는 다소 의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백신 개발에 목을 걸어 왔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코로나 백신을 승인함으로써 위기관리에 탁월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강조하여 득표에 활용하고자 했다. 그래서 모든 공권력을 총 가동하여 코로나 백신 조기 승인을 돌려해왔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국가 기관이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다.그럼에도 미국 의약계와 FDA는 대통령의 말보다는 과학과 원칙을 사수했다. 특히 파우치 박사의 처신은 대통령에 대한 항명으로 까지 비치기도 했다.
미국 FDA는 11월 20일 화이자로부터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접수했다. 영국 보다 먼저 접수받았다. 그럼에도 아직 자문위원화도 열고 있지 않다. 더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코로나 영웅이라는 파우치 박사는 영국이 코로나 백신을 성급하게 승인했다고 비판했다, 파우치 소장은 CBS 팟캐스트 방송 등에 출연해 "나는 영국인을 사랑하고 영국인은 훌륭한 과학자이지만, 영국은 화이자 백신을 면밀하게 조사하지 않은 채 '오케이'라고 해버렸고 그것을 승인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영국은 백신 승인을 너무 서둘렀다. 영국은 신중하게 하지 않았고, 백신 승인 날짜를 앞당겼다"며 "영국은 마라톤 코너를 도는 와중에 갑자기 마지막 1마일 구간에 합류했다"고 꼬집었다.
파우치 소장은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대해선 코로나 백신 자료를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것이야말로 정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만약 빠르지만 부적절한 방법으로 장애물을 뛰어넘어 백신 승인 시기를 1주일 정도 앞당긴다면 백신 승인 과정을 둘러싼 신뢰성은 훼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의료계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약품을 얼마나 조심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화이자 백신 긴금승인에서 1위를 한 영국은 존슨 총리의 정치적 치적을 위해 의약 안전을 그만큰 등한시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정부와 의료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상황을 진단해 알려주고 조언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면서도 한번도 의사로서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의 소장을 맡아왔다. 1968년에 들어간 후 1984년부터 36년째 소장을 맡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관련 최고 권위자이다. 에이즈, 에볼라 시기에도 활동하였다. 파우치라는 성은 이탈리아 계보이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부터 현재의 트럼프 정부까지 6명의 대통령을 보좌한 어마어마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1988년 열린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미국의 젊은이들이 본받아야 할 영웅들(heroes)" 중 한 예로 파우치를 언급한 바 있다
파우치 박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급을 정정하거나 반박하는가 하면, 때로는 트럼프가 발언하는 동안 뒤에 서서 얼굴에 손을 갖다 대거나 웃음을 참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했다. 트럼프는 불편한 속내를 많이 드러냈다. 심지어 파우치를 '토니'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부활절(4월 12일) 전에 해제하려고 했을 때 파우치는 트럼프의 계획에 위험하다고 반대했다. 그바람에 트럼프는 부활절 정상화 계획을 철회할수 밖에 없었다. 파우치 박사는 심지어 CNN과의 대담에서 정부가 더 일찍 조치를 취했으면 더 많은 목숨을 구했을 것이아는 의견도 냈다.
코로나 영웅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은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