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21년도 국방수권법(NDAA)은 입법절차를 완전히 끝낸 것은 아니다. 현재 하원에서 마무리 성안 단계에 있다. 처음에는 화웨이 관련 조항이 없었으나 하원의 막판 심의 과정에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원을 통과하면 상원을 거쳐야 하고 상하 양원 절차를 모두 끝내도 대통령의 서명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큰 쟁점이 없는 한 하원 안이 대부분 상원에서도 받아 들여지고 있는 미국 입법 절차에 비추어 화웨이 관련규정이 실제 입법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원은 미국 민주당이 과반을 장악하고 있다. 내년 1월 바이든이 취임하면 집권 여당이 되는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 주도의 하원에서 화웨이 관련법을 앞장서 입법화 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의회가 새로 마련한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안의 핵심은 미국 국방부로 하여금 화웨이와 ZTE 등 중국 업체들의 5G 기술이 사용되는 나라에 군대와 장비를 보내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는 것 이다. 그동안에도 미국은 LG 유플러스가 중국 화웨이 장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표명해왔다. 이 와중에 국방수권법안이 현재의 안대로 통과되면 한국은 안보와 경제 사이에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법안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부대와 장비 등 전력을 해외에 배치할 때 해당 국가의 5G 네트워크가 인원, 장비, 작전에 끼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되어 있다. 이 법안은 아주 구체적으로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와 ZTE를 지목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로 중국 회사들을 배제한 '클린 네트워크' 구상 참여국이 전세계적으로 이미 50개를 넘어선 상태이다. 영국도 당초 입장을 번복하고 화웨이를 자국의 5G 구축 사업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우리나라 통신업체 들 중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곳은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이 있다. 그 중 미국 의회가 문제 삼은 5G와 6G 네트워크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 업체는 LG유플러스 뿐이다.
LG유플러스가 구축한 롱텀에볼루션(LTE) 망 가운데 화웨이 장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30% 내외로 알려지고 있다. LTE와 5G 서비스의 호환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5G 역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화웨이 장비사용이 3만명 가까이 주둔 중인 주한 미군의 '주둔 고려' 조항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7월 국내 이동통신사 가운데 SK텔레콤과 KT가 중국 장비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깨끗한 통신사"라고 평가하며 간접적으로 LG유플러스를 압박한 적이 있다. 사드(THAAD) 배치가 결과적으로 롯데그룹 경영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 듯이 자칫 화웨이 금지 요구가 '제2의 사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4G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기 시작한것은 2013년 부터이다. 미국의 요구대로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걷어내려면 수조원대 비용이 예상된다. 교체 과정에서 불가피한 통신서비스 제한으로 가입자 불편도 우려된다. 단순한 이익 차질 수준을 넘어, 생존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화웨이 장비를 철수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다. 영국 정부는 7월 "2027년까지 기존 네트워크에 있는 화웨이 장비를 모두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통신사인 보다폰이 반발했지만 영국 정부는 화웨이 장비 제거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정책 추진을 재확인했다.
우리 정부는 기업이 알아서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처신하기가 어려웠을 수 있다. LG 유플러스의 결단이 주목된다. 미국과 화웨이의 안보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한 미국도 수 년 전부터 LG 유플러스에 대해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LG는 그러나 화웨이 장비가 싸다는 이유로 그리고 보안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화웨이 장비를 계속 고집했다. 주한 미군 철군 문제로 까지 번질 수도 있는 미국 국방수권법 (NDAA)을 앞두고 LG 유플러스가 결자해지 하는 자세를 보여 주었으면 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