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단이란 말은 영원한 고전 맹자의 '공손추'편에 나온다. 농단(壟斷)의 한자어 뜻은 "우뚝 솟은 작은 언덕"이다. 맹자의 '공손추' 편에 따르면 춘추전국 시절 맹자는 한동안 제 나라에서 관리 생활을 하며 녹을 먹었다. 제 나라 선왕 시절이다. 맹자는 제나라 왕에게 바른 정치를 알리고 그를 통해 '이상사회'를 건설하려고 했다. 안타깝게도 선왕은 맹자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결국 맹자는 벼슬을 내려놓고 떠나게 됐다. 그 때 선왕이 맹자를 찾아와 달콤한 유혹을 한다. 도성 한 가운데 맹자가 살 곳을 마련해 주고 또 많은 돈을 주겠다는 제의를 한 것이다. 그 돈으로 제자를 키우면서 계속 제 나라에 남아 달라는 부탁을 했다. 맹자라는 현자가 다른 나라로 가버리면 자신의 부덕이 온 세상이 알려지지 않을까 걱정을 해 돈으로 붙들어 놓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맹자의 '공손추' 에피소드 이후 농단은 공정한 경쟁을 뛰어넘어 유리한 위치에서 거래를 좌지우지하면서 이익을 독차지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여기서 말하는 농단은 교활한 사내가 차지하던 자리 즉 "우뚝 솟은 작은 언덕"을 말한다. 맹자는 왕을 안다고 명분없이 부를 차지하는 싶지는 않다면서 ‘농단’의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농단(壟斷)’은 교활한 사내가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해 이익을 차지하듯, ‘권력을 한 손에 쥐고 멋대로 좌지우지하는 일’을 빗대는 말이 되었다.
이 농단을 규제하는 규정이 바로 공정거래법이다.공정거래법이란 일반적으로 독과점의 폐해를 규제하고 공정하게 자유로운 경쟁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 제정된 법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효율성과 민주성의 기초가 되는 경쟁의 원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시장 구조의 독과점화를 억제하고 경쟁 제한, 불공정한 거래행위 규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질서 확립과 시장 기능 활성화를 통해 기업 체질을 개선함으로써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부당한 거래행위 등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여 국민 경제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공정거래법이 등장하게 된 것은 자본주의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독과점으로 인하여 경제력이 일부 독과점기업에 집중되고 불공정한 거래 방법이 만연됨으로써, 본래 자본주의가 지향했던 시장기구 내에서 가격의 자동조절 기능이 상실되고, 시민의 실질적 자유와 평등이 침해되는 등의 병폐를 시정하기 위해서이다. 미국의 독점금지법(Anti-Trust Acts)이나 독일의 경쟁제한법이 그 원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정희의 유신시절이던 1975년 12월 처음 제정됐다. 1990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로 전면 개정된 후 1996년 12월 13일 다시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의 목적은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71조에는 전속 고발권이라는 것이 명시되어 있다. 법 71조에는 “제66조 및 67조의 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형법상의 친고죄에 있어서와 같 이 ‘공정위의 고발’을 공정거래법위반죄에 대한 공소 제기의 요건, 즉 소추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 고발은 공정거래법의 집행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만이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고발’이란 고소권자와 범인 이외의 ‘제3자’가 수사기관에 범죄사실을 신고하여 범인의 형사상 소추를 구하는 의사표시를 말한다. 공정거래법상의 고발은 일반적인 고발에서 한단계 더 뛰어넘어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하여 형사벌에 의할 것인지 여부를 공정거래법을 전문적·독립적으로 집행하는 합의제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의 독자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을 말한다. .
공정거래법에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둔 것은 고발남용으로 인한 기업 활동의 위축을 막기 위한 것이다. 전속고발제도가 없다면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바로 형사사건으로 처리되어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의 행위가 과연 법 위반인지 여부를 일관성 있는 경제분석을 하고, 법 위반으로 판단될 경우에 도 과징금납부명령 등의 행정조치로 충분한지, 아니면 형사제재까지도 필요한지 여부를 전문기관이 일차적으로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도는 1995년 전속고발제도에 대해 합헌결정 (1995.7.21 94헌마136 전원재판부)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공정위가 대기업 담합 등 불공정 행위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전속고발권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늘어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정위와 법무부는 2018년 8월21일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에 합의했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담합 사건은 공정위와 검찰간 경쟁 체제가 구축된다. 당연히 담합 조사ㆍ수사 건수나 강도가 세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선 칼자루를 쥔 곳이 한 곳 더 늘어나는 만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지금 국회는 이른 바 공정 경제 체제 확립이라는 명분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고 있다. 이 공정거래법 개정에서 전속고발권 폐지가 뜨거운 감자가 되어 있다. 민주당은 당초 전속고발권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했으나 정무위 과정에서 존치로 바꾸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의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 협조한 정의당이 여당의 입장 바꾸기를 맹비난하고 있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는 민주당 김태년 원내 대표실을 찾아 항의했다. 장태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속이려고 덤벼드는 자들의 간교함의 극치를 보았다"며 "국회사에 전례없는 민주당의 뒤집기 신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주당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의 뒤통수도 내리친 것"이라며 "문 대통령님, 괜찮으십니까"라고 비꼬기도 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상임위 운영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아 회의 도중 퇴장해 버렸다.
전속고발권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공정거래 사건의 피해자가 직접 사건을 고소하지 못함으로 인해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 당할 우려가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의 피해자와 일반 범죄 피해자 간의 차별대우로 인해 헌법상 평등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대기업 농단에 대한 면죄부로 이용되고 있다.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이다. 전속고발권을 유지함으로써 고발 남용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를 줄여주자는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농단을 막자는 대의가 더 크고 무겁다. 고발의 남용으로 인한 기업의 불편은 수사와 기소 과정에의 제도 개선으로 그 부작용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무고죄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