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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노무현과 해리 덴트(Harry Dent) 그리고 제4차 저출산·고령화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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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노무현과 해리 덴트(Harry Dent) 그리고 제4차 저출산·고령화 계획

저출산·고령화 위원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도해 만든 것이다.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저출산·고령화 위원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도해 만든 것이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제 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 계획을 15일 발표했다. 4차 계획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적용되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기간 중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196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0세, 1세가 있는 가구에 매월 양육비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아수당'을 도입하고 출산 시 200만 원을 지급하는 '꾸러미' 제도를 신설했다. 홍 부총리는 특히 2025년까지 신규 예산 9조 5000억 원을 추가해 출산부터 영유아, 어린이집 보육, 육아휴직, 대학까지 단계별 지원대책 몇 가지를 추가로 보강한 데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 저출산 현상을 사회 다방면의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서 생긴 결과라고 보고 전반적인 사회 전반 구조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포괄 대응 전략을 수립한 점이 돋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가임연령 중 출산 평균 출생아 수)은 지난해 0.92명으로 떨어졌다. 연간 출생아 수도 30만3000명으로 감소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올 상반기 기준으로 우리나라 출산율을 0.8대를 추산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런 저출산 현상을 3가지로 측면으로 분석했다. ▲ 사회경제적 요인 ▲ 문화·가치관 측면의 요인 ▲ 인구학적 경로 등으로 결과가 겹쳐 저출산 사태가 야기됐다는 것이다. 사회경제 요인으로는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 수준 등으로 청년 층이 소득 불안에 시달리면서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도 연기·포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주택 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청년층이 주거 비용을 감당하기 버겁게 돼 결혼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는 바람에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위원회는 또 맞벌이 가정이 아이를 마음 놓고 장기간 맡길 곳이 없는 상황도 저출산에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문화·가치적 측면에서는 결혼과 가족에 대한 '관념 변화'가 꼽혔다. 인구학적 요인으로는 주 출산 연령대 인구가 감소한 것도 지적됐다. 초혼 연령과 초산연령 상승도 둘째 이상 자녀를 출산하는 데 어려움을 주는 것도 문제이다.

저출산 고령화 위원회는 지난 2006년 이후 1∼3차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15년에 걸쳐 시행해 왔다. 2008년부터 임신·출산 관련 비용을 지원해 왔다. 2017년부터는 난임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아동수당을 도입하고 지급 대상을 확대해 왔다. 일과 가정 양립 기반을 갖추기 위해 2006년 출산휴가급여 지원 기간을 30일에서 90일로 확대하고 2019년 부터는 1년에 10일을 쓸 수 있는 '자녀돌봄휴가' 제도를 신설했다.
그럼에도 출산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위원회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 쯤 우리나라 출산율이 더 낮아져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저출산 고령화 위원회의 그동안 공과를 결코 과소평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위원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저출산 고령화 위원회 구성 계획을 내놓은 것은 2006년이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인구 구조상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범 정부 차원의 위원회를 만들어봐야 크게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반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반대를 뚫고 저출산 고령화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당시 노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도 인구(人口)에 회자된다.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게 어렵더라도 그 과정에서 결혼하기 좋고 아이를 잘 낳아 기르는 환경을 만들면 그 자체로 이 나라가 좋아지는 것 아니냐. 출산율을 당장 끌어올리지 못해도 그것 만으로도 위원회의 의미는 충분하다.” 출산율을 단기 간에 끌어올리는 것이 어렵더라도 위원회를 만들어 주거 문제와 일자리, 보육, 교육 문제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국민들이 살기 좋아진다면 그 자체로 값질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염원하면서 또 그것을 정치슬로건으로 까지 내건 노 전 대통령 다운 통찰(洞察)이었다. 반대한 사람들도 대통령의 진심 앞에 숙연해 졌다. 그렇게 해서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 고령화 위원회가 출범하게 됐다. 저출산이 곧 모든 사람들이 신나는 복지 국가의 이상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해리 덴트(Harry Dent)라는 경제학자가 있다. 인구 문제의 경제적 중요성을 가장 과학으로 분석해 냈다는 평가를 받는 경제학자이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예측 연구소인 HS덴트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인구구조와 이에 따른 소비 성향의 변화를 토대로 한 경제 전망과 투자 전략의 당대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해리 덴트는 1980년대 말, 절정에 이른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질 것으로 예측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해리덴트는 일본 경제 몰락의 원인을 인구에서 찾았다. 금리와 통화량을 조절해 거시경제를 조정할 수 있다고 보는 주류 경제학과는 달리 덴트는 경제의 큰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사람들의 소비 결정이라고 보았다,

해리 덴트는 2014년 그의 유명한 저서 'The Demographic Cliff' 에서 인구 절벽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40대 중후반 인구가 줄어 대대적인 소비 위축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인구 절벽 현상이 발생하면 생산과 소비가 주는 등 경제활동이 위축돼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해리 덴트는 인구절벽 때문에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졌다고 보고 있다. 해리 덴트는 2015년 10월 한국에서 열린 세계 지식포럼에서 한국도 곧 인구절벽에 직면해 경제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재임 시절 “북한 핵보다 더 무서운 게 저출산”이라고 경고했다. 그 시한폭탄의 째깍 째깍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제안과 해리 덴트의 경고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