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뽑았다는 소식이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이다.
교수들은 작년에는 2019년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었다. 공명지조는 불교경전에 나오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지만, 결국은 공멸하게 된다는 것을 꼬집었다고 했다. 상대방을 없애버리면 자기도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이렇게 작년에도 올해도 정치판을 주로 비판하고 있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성인남녀 67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적막강산(寂寞江山)’이었다. 온 세상이 적막하다는 소리다. 잡코리아는 ‘앞일을 내다볼 수 없게 답답한 지경’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은 속속 문을 닫고 있다. 복작이던 길거리가 ‘적막강산’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휴업과 폐업을 하는 바람에 공장에서 연기가 끊기고 있다. 과거 선비들이 “100리를 가도 인적이 없고, 밥 짓는 연기도 끊겼다(百里無人斷午煙)”고 읊었던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11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우환질고(憂患疾苦)’라고 했다.
‘근심과 걱정, 질병과 고생’이다. 서민들은 희망을 놓치고 있었다.
희망을 놓친 사실은 인크루트와 알바콜의 또 다른 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달 초 성인남녀 1083명을 대상으로 ‘2020 버킷리스트 달성 현황’에 관한 설문 결과, 버킷리스트를 이루어냈다는 응답은 32.6%에 그쳤다.
‘코로나19 때문’이라는 탓이 가장 많았다.
이루지 못한 ‘미완의 목표 10가지’는 로또 당첨․취업․결혼․이직․내 집 마련․저축과 주식투자․금연과 다이어트․출산․독서․자격증 취득 등의 순이었다.
올해 등장한 ‘신조어’도 서민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집값이 치솟는 바람에 거지 신세가 된 '벼락거지', 전셋값까지 튀는 바람에 생긴 '렌트푸어, 이번 생에서 집 한 칸 마련하기는 글렀다는 ‘이생집망'이다. 그래서인지, ‘코로나 블루’가 쌓이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