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옆자리에 앉기 싫은 마음은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한 회사가 올 초에 사내 팀장 100여 명이 모인 전사 경영회의를 화상회의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팀장 수십 명이 화상회의 운영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비디오 배치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단다. 다들 자기 비디오를 '다음 페이지'나 화면 구석으로 배치해달라는 것이었다. 담당자가 비디오 배치를 임의로 할 수 없다고 말해도 막무가내였단다. 어떤 팀장은 화상회의에 입장한 순서로 비디오가 배치되는 걸 알고 있으니 사장님은 언제 입장하시는지 알려달라고 졸라댔단다.
그럼 이제 리더의 입장에서 보자. 당신이 리더라면 이제 누가 회의에 늦게 입장했는지, 누가 말을 하지 않는지, 누가 비디오를 늦게 켰는지, 누가 일부러 이름을 바꿨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누가 회의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누가 회의에 적극 참여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알기 어려웠던 사실을 이제 온라인 화상회의에서는 클릭 몇 번으로 다 알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회의를 활성화하는 데에 그렇게도 많은 애를 썼지만 잘 안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오프라인' 그 자체 때문 않을까? 오프라인에서는 그 어떤 경우라 해도 상석과 말석과 위계와 질서가 생길 수밖에 없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차이는 공고해진다. 온라인에서는 상석이었다가도 오디오 한번 늦게 켜면 말석이 되고, 말석이었다가도 쉬는 시간에 비디오 하나 먼저 켜면 상석이 된다. 회장이라고 해서 비디오가 더 큰 것도 아니고 신입사원이라고 해서 오디오 소리가 작은 것도 아니다. 온라인에서는 모두가 공평해진다.
어쩌면 우리는 코로나19 때문에 확산한 온라인 회의로 드디어 수평적인 회의를 할 기회를 얻은 것은 아닐까? 누구도 상석이나 말석에 개의치 않고, 누구나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누구하고라도 진지하게 토론하고, 누구라도 위계와 계급에 쫄지 않고, 누가 정한지도 모르는 불필요한 질서나 절차에 얽매이지 않을 기회가 이번에 온 것이 아닐까? 지금이야말로 수평적인 조직과 수평적인 문화를 만드는 절호의 기회이지 않을까?
김철수 플랜비디자인 전문위원('온택트리더십' 저자)